원래 포스트 제목에 날짜 붙여서 쓰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당분간은 날짜가 없으면 내가 매일매일 글을 썼는지 안 썼는지 헷갈릴 테니까 일단 붙이기로 했다. 나는 매년 다이어리를 써 왔고 꾸준히 채우지는 않았을지언정 매년 그 해의 다이어리를 가지고 있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지난 다이어리 중 제일 오래 된 물건이 약 15년 정도 지난 물건이니까 이 정도면 꾸준히 일기를 써 왔다고 말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런데 올해는 다이어리가 없다. 시험 준비를 위해 플래너를 하나 사긴 했는데 제대로 쓰질 않고 있다. 올해가 유독 정신이 없기 때문인지, 내가 종이 다이어리에 불편함을 느끼기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여튼 올해도 벌써 1/3이나 지났고 그 동안 이렇다 할 기록을 남겨 둔 게 없다. 안 그래도 최근에 블로그를 제대로 다시 시작하려고 했는데 마침 집에 큰 일이 생기는 바람에 접어 놓은 상태였다.
지난 주 일요일에 햄스터가 죽었다. 햄스터 이야기는 아저씨 골든 햄스터 이야기라는 제목을 달고 쓰려고 했다. 장례도 치러 줬기 때문에 장례식장 정보와 반려동물 장례를 치를 때 도움이 될 만한 내용들을 함께 쓸 생각이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지금 그런 글을 쓸 기분이 아니다. 햄스터 케이지와 햄스터가 쓰던 물건들도 그대로 내 방에 남아 있고, 아직 햄스터 쳇바퀴 돌리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사실에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햄스터는 2019년 6월 초에 유기되어 포인핸드에 올라왔다. 좋은 분들을 만나 6월 말에 우리 집에 왔다. 그러니까 햄스터의 삶에서 내가 지켜본 기간만 해도 23개월이다. 게다가 아기 때부터 거기까지 자랐을 기간을 생각하면 햄스터가 아주 빨리 갔거나 수명을 못 채우고 간 건 아니다. 사실 나는 햄스터가 유기되어 우리 집에 오기까지의 기간을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수명을 계산할 때 나도 모르게 우리 집에 온 날짜를 기준으로 '최소 22개월이 지났으니...' 같은 식으로 어림했다는 뜻이다. 햄스터의 삶에서 한 달은 굉장히 긴 기간이고 그걸 미리 계산하지 않았다는 건 참 멍청한 짓이다.
하여튼 햄스터 이야기는 나중에 다시 쓰자.
요즘 입맛이 없다. 햄스터가 죽고 나서 만 하루 넘게 아무것도 먹질 않았다가 출근을 하긴 해야 하니까 떡볶이를 시켜 먹었다. 그런데 그 이후로 떡볶이나 매운 라면 같은 음식이 아니면 도저히 당기질 않는다. 어쨌든 햄스터는 이미 갔고 햄스터가 가서 슬프다고 매운 음식들을 줄창 먹어 댔다가는 내 식도와 위도 함께 갈 뿐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데도 도저히 음식이 넘어가질 않는다. 고맙게도 주변 사람들이 잘 챙겨 먹으라며 배려를 많이 해 주고 있지만 도대체 뭘 먹어야 이 입맛 없는 느낌이 해소될지 모르겠다. 안 그래도 햄스터가 죽기 일주일 전쯤부터 별다른 이유 없이 음식이 안 넘어가더라니 지금은 더 심해졌다.
그리고 또 무슨 이야기를 쓰면 좋을까? 요즘 넷플릭스에서 <김씨네 편의점>을 보고 있다. 캐나다에 사는, 편의점을 운영하는 한국계 이민자 가족의 이야기인데 이게 생각보다 재미있다. 생각 없이 보기 좋은 웃긴 드라마를 찾는 사람이라면 고려해 보세요. 그리고 아들과 딸이 둘 다 핫하고 귀여워요. 이거 보기 전에는 <에밀리, 파리에 가다>와 <겨우, 서른>을 봤다. 넷플릭스 리뷰도 쓰면 좋을 것 같은데 여력이 있을지는 모르겠다. 요즘은 밥 챙겨 먹고 출퇴근을 하는 것만으로도 진이 빠진다... 읽어야 할 책도 쌓여 있고 해야 할 게임도 쌓여 있다. 다른 일에 열중하면 햄스터 생각이 잘 안 나기 때문에 항상 무언가를 하고 있으려고 노력한다. 블로그에 글 쓰는 것도 도움이 될 거 같다. 오늘의 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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