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주면 쓰는 리뷰2019. 10. 12. 16:38

 

(가지고 있다는 인증)

 원래 하정우를 좋아했었다. 언제부터 언제까지 좋아했는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는다. 그러나 일단 <더 테러 라이브>와 <롤러코스터>를 하정우 때문에 극장에서 보았고, <범죄와의 전쟁>, <허삼관>, <더 테러 라이브>의 사인 DVD가 있는 것으로 보아 대략적인 시기는 특정이 가능할 것이다. 내가 가장 좋아했던 배역은 <암살>의 하와이 피스톨이었는데, 하와이 피스톨을 열렬히 좋아했던 과거는 약간 부끄럽기도 하다. 그렇게 열심히 '덕질'을 한 건 아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저런 이유로 하정우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게 되었다. 몇 년쯤 지나 하정우가 책을 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리고 어느 날 중고서점에서 이 책들이 잔뜩 꽂혀 있는 걸 보고, "이거 사 주면 리뷰 쓴다"라고 친구에게 농담을 했다. 친구가 토스로 중고책 값을 보냈다. 그래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걷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다. 특별히 체계적인 운동을 하는 건 아니지만, 하루에 2만 걸음 정도는 걸을 수 있다. 물론 매일 하루에 2만 걸음씩 걷는다는 말은 아니다. 하정우가 걷는 걸 좋아한다는 사실은 몰랐다. 책을 읽어 보니 저자는 나 같은 사람이 범접할 수 없을 정도로 걷기에 중독된 사람이었다. 걷는 걸 너무 좋아해서 사람들과 이야기를 할 때도 가만히 서 있거나 앉아 있기보다는 주변을 빙빙 돌기를 즐긴다는 문장을 읽고는 웃음이 나왔다. 하루에 10만 걸음을 걷기 위해 걷기를 좋아하는 친구들과 함께 만반의 준비를 해서 성공한 경험도 있다고 한다. 10만 걸음이라니. 하루에 만 걸음을 걷는 일도 솔직히 아주 쉬운 일은 아니다. 걷기 수를 체크하기 위해 스마트워치를 사용한다는 걸 알고 나도 스마트워치를 하나 살까, 생각하기도 했다. 이 책을 읽은 지는 몇 달이 지났는데 아직 스마트워치를 사지는 않았다. 이제 정말 하나 사야지. (저자가 쓰는 제품은 핏빗인데, 책에서는 자신이 광고 모델인 제품도 아니고 본인 돈을 주고 사서 쓰는 제품이라고 강조했다) 당연하지만 인상적이었던 점은 저자가 아무리 걷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항상 걷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걷는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걷기 싫은 날이라 해도 일단 나가서 걷는다. 걷다 보면 괜찮아진다. 그게 저자의 방식이었다. 

 

 이건 걷기와 별로 상관이 없는 이야기인데, 이 책을 읽고 저자가 굉장히 건강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을 꼭 차려 먹어야 하고 국을 좋아한다는 문장을 읽고 나도 모르게 약간 미간을 찌푸렸으나, 저자는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고 보통 아침을 자기가 차려 먹는다고 한다. 자기가 직접 차려 먹는다면 아침부터 7첩 반상을 먹고 싶어하건 말건 무슨 상관이겠어.. 어디에서나 잘 자고 밤에 우울감이나 걱정으로 잠을 못 이루는 일이 없다는 말은 많이 부러웠다. 저자는 자신의 건강한 정신을 유지하는 방법이 걷기라고 굳게 믿고 있는 것 같았다. 일반적으로 몸을 많이 움직이면 식욕이 생기고 피곤하면 밤에 잠이 잘 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니, 틀렸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걷기는 심장 건강에 좋은 운동이라고 하니 아마 저자의 심장도 아주 튼튼하겠지... 

 

 책을 선물받았을 때는 한여름이었고, 8월에 리뷰를 쓰기 시작했다가 지금에야 글을 대충 완성했다. 이 시간이 지나도록 리뷰를 기다려 준 친구에게 감사함과 미안함을 표현해야겠다.

Posted by 김미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