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주면 쓰는 리뷰2021. 2. 4. 05:04

<Hatoful Boyfriend>를 사 준 사람 : j*****님

(내용 누설이 있으니 주의하세요)

 

 

 이게 도대체 뭐 하는 게임이지? <Hatoful Boyfriend>는 몇 년 전 비둘기 연애 시뮬레이션, 비연시라는 별칭으로 인터넷 상에서 소소하게 화제가 되었다. 평범한 비주얼 노벨, 그 중에서도 오토메 게임 계열인데... 이 게임이 화제가 된 건 공략 대상인 캐릭터들이 사람이 아니라 비둘기이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비둘기뿐 아니라 다양한 새들이다. 그렇다면 주인공도 비둘기 혹은 다른 새인가? 설정을 간략히 설명하자면, 주인공은 새들만이 다니는 성 피죠네이션 학원이라는 학교의 단 한 명뿐인 인간 학생이다. 플레이어는 이 주인공(디폴트네임 토사카 히요코)이 되어 선생, 선배, 친구, 후배를 막론하고 많은 새들과 감정을 쌓아 나가게 된다. 그와 동시에 어째서 이런 말도 안 되는 세계관이 존재하는지, 왜 이 세계의 새들은 말을 하고 수업을 듣고 육상을 하고 과학 실험을 하는지, 왜 주인공 혼자만이 이 학교에 인간 학생 신분으로 다니고 있는지를 조금씩 알아 가게 된다. 그리고 나는 이 기묘한 게임을 6시간 반 가량 플레이했고 모든 엔딩을 봤다. 스팀 도전과제 100퍼센트 달성도 했다. 

 

 출시된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고 한바탕 화제가 되었던 게임이기 때문에 줄거리나 캐릭터 이야기를 해도 괜찮을 것 같다. 공략 대상인 새는 총 교사인 나나키와 이와미네, 선배인 유우야, 동급생인 료우타와 사쿠야, 앙헬, 오코상, 후배인 나게키까지 총 8마리다. 다시 말하자면 이 캐릭터들은 새다. 사실은 인간인데 저주를 받아서 새가 되었다는 설정? 새의 몸을 하고 있지만 인간의 영혼이 들어가 있다는 설정? 그런 건 없다. 진짜 새다. 

 

무난한 소꿉친구 캐릭터인 료우타.
개인적으로는 이와미네가 제일 내 취향.

 

 다만 캐릭터를 소개할 때 한 번씩 의인화된 모습을 표시해 주는 기능이 있다. 나는 왜 이런 기능이 들어가 있나 의아했는데, 의인화된 모습 없이는 캐릭터의 이미지를 상상하기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있어서라고 한다...예외적으로 단 한 마리 오코상만 의인화된 일러스트가 없다. 오코상은 제작자가 실제로 기르던 새를 모델로 삼아 만든 캐릭터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여튼 뭐 대충 이런 식으로 의인화 일러스트가 있다. (이 아래부터는 스토리의 핵심적인 내용과 관련된 이야기를 적을 예정이니 원치 않는 분은 뒤로가기를 눌러주시면 좋겠습니다)

 

 

 게임을 플레이하다 보면, 이 학교는 물론이고 이 세계 자체의 비밀에 대한 단서들이 조금씩 등장한다. 일단 유저는 게임을 하는 내내 이런 의문을 가질 것이다. 이 새들은 왜 이렇게 똑똑하지? 인간인 주인공과 의사 소통을 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으며, 학습능력이 뛰어난 개체들도 많다. 양호 선생인 이와미네 같은 새는 대놓고 훌륭한 업적을 이룩했다는 서술이 있다. 인간이 보기에는 부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이런 세계가 된 이유를 아주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어느 날 조류를 매개로 하는 질병이 창궐해서 인간이 위협을 느끼게 된다. 인간들은 조류를 멸종시켜 바이러스의 숙주이자 매개체를 없애는 방식으로 그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그래서 비둘기들에게 특정한 약물을 주사하는데, 그 약물이 인간의 의도대로 효능을 발휘하지 않고 도리어 조류의 지능을 이상할 정도로 향상시키고 만다. 그래서 작중에 나오는 새들이 그렇게 똑똑한 것이다...질병으로 인해 인간의 개체수는 크게 줄어들고, 남은 인간과 조류가 공존하는 상황이 된다. 이런 설정의 창작물이라면 당연하게도 다른 종끼리 서로 화합하려는 분파와 다른 종을 적극적으로 배제하려는 분파가 나뉘게 된다. 이 작품에서는 전자의 새들을 비둘기파, 후자의 새들을 매파라고 칭한다. 이 비둘기파와 매파의 대립이 스토리의 아주 핵심적인 부분을 차지한다. 모든 캐릭터들과의 엔딩을 한 번씩 본 후에 해금되는 BBL 루트에 더 자세한 이야기가 드러나 있다. 하여튼 이 새들은 새여야만 하는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주인공이 인간이어야만 하는 이유 역시 본편에 아주 자세히 나온다. 플레이타임이 그리 길지 않으니 흥미가 생긴다면 한 번 해 보는 걸 추천하고 싶다. 

 

 사실상 개그 캐릭터인 오코상과 앙헬을 포함해서 모든 캐릭터들이 이 세계의 진상에 얽힌 이야기에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고, 스토리 자체의 완성도도 꽤 높은 편이다. 개그 게임이라고 생각해서 인기를 얻었다가 스토리에 감명을 받은 유저들의 리뷰도 꽤 보인다. 내가 바로 위 문단에 흥미가 생기면 해 보라고 쓰긴 했지만, 사실은 아무에게나 선뜻 권할 만한 게임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평범한 오토메 게임 같은 파트를 지나치고 나면 스토리가 매우 자극적이다. 바로 위에 첨부한 료우타의 대사도 농담이 아니다. 토막살인, 인체개조, 카니발리즘(?)과 같은 요소들이 직접적으로 언급되기 때문에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 

 

 

 하지만 나처럼 비주얼 노벨, 미연시 종류의 게임을 좋아하고 이상한(?) 게임을 좋아한다면 추천할 만하다. 원래 아무도 이상한 게임 매니아로 태어나지는 않는다.. 끊임없이 똥겜과 갓겜들을 딛고 일어나 앞으로 나아가는 삶... 그 전보다 힘차게 달려나가는 것... 그것이 바로 이상한 게임 매니아가 되는 길이다.

 

 덧붙이자면 이 게임과 같이 선물받은 게임 역시 이상한 연애 시뮬레이션으로 추정되는 파카플러스다. 조만간 플레이하게 될 것 같다. 

Posted by 김미류
사 주면 쓰는 리뷰2021. 1. 10. 05:31

<용과 같이 7 : 빛과 어둠의 행방>을 사 준 사람 : j***님

 

이런 갓겜을 하도록 도움을 준 j***(애교뿜뿜 네오)님께 감사를 전합니다.

 작년 말에 용과 같이 7 시작해서 플레작을 마쳤다. 이하는 용같7로 쓰겠다. 용같7을 하게 된 건 친구가 단톡방에 "용같7 사주면 함?"이라는 말을 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오랜만에 사 주면 쓰는 리뷰를 쓸 때가 되었군 싶은 마음에 승낙했다. 나는 ps4로 플레이했고, 3만원은 크리스마스? 연말? 세일 가격이었다. 사실 처음 게임을 샀을 때는 "아싸 공짜게임 ㅋㅋ"라는 생각을 했을 뿐 용과 같이 시리즈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었다. 친구들 중 몇 명이 이 시리즈를 재미있게 플레이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평소에 전혀 눈여겨보지 않았던 탓에 내가 아는 건 키류, 마지마, 이치반, 뭐 그런 사람 이름들과 그들이 야쿠자라는 것 뿐이었다. 시리즈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어도 이 게임을 플레이하는 데는 큰 지장이 없다. (물론 전작부터 플레이한 사람들만이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이나 감동은 있을 것이다) 혹시나 이 게임을 아직 플레이하지 않은 누군가가 이 글을 읽게 될지도 모르니 스토리의 핵심적인 부분은 가능한 한 쓰지 않을 생각이다. 하지만 아주 작은 스포일러조차 피하고 싶은 분은 뒤로가기를 눌러 주세요. 

 

연말연시에 플레이하기 좋은 게임.

 그러면 용같7의 좋았던 점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우선 용같7은 턴제 전투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다. 그 점에서 세가의 자회사인 아틀라스에서 만든 페르소나 시리즈와 비교되기도 한다. 나도 개인적으로 용같7을 야쿠자 페르소나라고 해도 크게 틀린 표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전투 시스템뿐 아니라 '인간력'으로 대표되는 능력치 올리기, 소소한 서브 퀘스트의 양상이 꽤 비슷한 편이다. 하여튼 이 턴제 전투 시스템을 처음 도입한다고 했을 때는 말이 많았다고 한다. 결과적으로는 대성공 아닌가? 용같7을 깨고 나서 용같 극을 살짝 해 봤는데 액션게임을 넘어 거의 격투게임 같은 전투 시스템이 꽤 어려웠다. 물론 내가 게임을 못 해서 그런 건지도 모르지만... 하여튼 이 턴제 전투는 용같7의 진입장벽을 크게 낮췄다. 그래서 난이도 조절이 크게 필요 없다. 용같7의 턴제 전투가 재미있었다면 페르소나 시리즈도 해 보면 좋다. 

 

 그리고 용같7은 그저 맵을 걸어다니는 것만으로 즐겁다. 일단 맵을 현장감 있게 잘 만들었고, 현실적인 요소들을 잘 살렸다. 맵 곳곳에 있는 자판기를 예로 들어 보자. 빨간 자판기와 파란 자판기가 나란히 서 있다. 빨간 자판기와 파란 자판기의 내용물은 겉으로 보기에 다르다. 그렇다면 실제로 자판기와 상호작용을 했을 때도 그 내용물이 다를까? 정답은 '그렇다' 이다. 자판기의 내용물뿐 아니라 동네에 따라 편의점에서 파는 물건들도 조금씩 다르다. 퀘스트 때문에 특정 음료수를 사야 해서 급하게 가까운 편의점에 들렀는데, 그 편의점에서는 팔고 있지 않아 다른 동네의 편의점에 가야 하는 일이 빈번하다. 물론 현실이라면 내가 찾는 물건이 가까운 편의점에 없을 때 화가 날 수도 있겠지만 어차피 게임이니까 그냥 스마트폰 열어서 콜택시 부르고 딴 데 가면 그만이다. 맵을 돌아다니는 자동차들은 교통 신호를 준수하여 움직인다. 빨간 불에 길을 건너는 건 플레이어의 자유이지만 빨간 불에 길을 건너면 차에 치일 수도 있다. 차도에서 전투를 하면 자동차들이 경적을 울려 대기도 한다. 자판기 밑을 뒤지다 보면 동전을 찾을 수도 있다. 그런 소소한 디테일이 재미있다. 맵 중에서는 코리아타운도 있는데, 코리아타운의 간판들은 전부 한글로 되어 있고 코리아타운에서는 한국어로 시비를 거는 적들이 나오기도 한다. 

 

한글로 된 곱창전골 집 간판.

 마지막으로 스토리가 좋다. 하지만 메인 스토리 이야기를 하려면 큰 스포일러를 피할 수 없기 때문에 하지 않을 생각이다. 딱 한 마디만... 오타쿠를 가슴 벅차게 하는 딱 한 마디만 할까 생각하다가 가까스로 참았다. 서브 스토리들도 아주 발랄하다. 더 이상 고통을 느끼지 못하게 되어 자신을 만족시켜 줄(?)고통을 찾아 헤매는 마조 아저씨 이야기, 무료 급식 봉사를 하는 여성을 짝사랑하며 더 나은 사람이 되려 노력하는 노숙자 이야기, 아픈 동생의 병원비를 위해 모금을 하는 어린 소녀 이야기 등등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고 이치반과 플레이어는 그들에게 도움을 주며 요코하마 이진쵸의 용사로 살아간다. 깨다 보면 정말 경악을 금치 못할 만한 퀘스트들도 있지만 평범하게 훈훈한 퀘스트들도 많다. 그리고 대체로 재미있다. 

 

더 이상 고통을 느끼지 못하게 된 마조 아저씨..

 그렇다면 용같7은 불세출의 갓겜인가? 결점이 하나도 없는 완벽한 게임인가? 당연히 그렇지는 않다. 하지만 아쉬운 점을 구구절절 늘어놓을 정도는 아니고 그럴 필요도 없는 것 같다. 기본적으로 주인공인 이치반은 야쿠자다. 물론 작중의 이치반은 약한 사람을 괴롭힌다거나 누군가에게서 돈을 빼앗는다거나 죄 없는 사람을 때리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치반이 속한 뒷세계에서는 약탈이나 살인과 같은 범죄들이 아주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그런 요소에 아예 내성이 없는 사람이나 청소년들에게 권할 만한 게임은 아니다. 방금 찾아 보고 오니 청소년 이용불가 게임이네. 이치반이 태어난 도원향은 소프랜드고, 작중에서도 소프랜드 및 기타 업소들에 대한 언급이 꽤 잦은 편이다. 주인공 일행 중 하나인 아다치가 '딜리버리 헬프'를 '출장 여성'으로 착각하는 에피소드도 있다. (실제로 딜리버리 헬프는 전투 중 주인공 일행에게 도움을 주는 NPC를 부르는 시스템이다) 기본적으로 용같7은 아주 이상한 게임이다. 바로 위의 마조 아저씨 캡쳐만 봐도 어느 정도는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보통 이상한 게임들은 뭘 잘못 만들어서, 아니면 못 만들어서 이상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용같7은 이상한 걸 아주 정성스럽게 고퀄리티로 만들어서 이상한 게임이다. 아저씨들이 입은 기저귀의 질감 같은 걸 보면 그 현실감에 소름이 끼칠 정도다. 

 

마지마 딜리버리 헬프 영상이 멋있어서 나중에는 자주 불렀다.

 메인 스토리 외에도 서브 스토리, 회사 경영, 드래곤 카트, 야쿠몬 도감(대놓고 포켓몬을 패러디한 것 같다), 알바 히어로, 히로인 공략 등 컨텐츠가 상당히 많다. 그래서 긴 시간 여유롭게 즐기려면 할 수 있는 게 꽤 많다. 개인적으로는 연애 요소가 적은 게 좀 아쉬웠다. 사실상의 메인 히로인인 사에코 외에도 함께 회사를 경영하는 에리, 장비 제작을 해 주는 낭만 공작소의 스미레, 아지트인 서바이버의 점원인 이로하, 직업을 바꾸도록 도와주는 리리카, 자격증 학원의 미야코시까지 총 여섯 명의 히로인이 있다. 나는 당연히 모든 히로인 호감도를 다 올렸다. 왕년에 좀 놀았다는 쾌활한 말투와 목소리의 스미레가 너무 좋아서 더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고 싶었는데, 스미레는 호감도 이벤트가 끝나니까 싸늘하게 한 명의 NPC로 돌아가 장비 제작과 강화만을 해 줄 뿐이었다.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처럼 CG가 남는 것도 아니니 그저 한없이 과거의 추억을 회상할 수밖에...

 

 플레작까지 총 플레이타임은 70시간 좀 넘게 걸린 것 같다. 아깝지 않은 70시간이었다. 나중에 DLC 사서 한 번 더 해야겠다.

 

뭘 좀 심고 싶어지는 화분.

 

Posted by 김미류
사 주면 쓰는 리뷰2019. 10. 12. 16:38

 

(가지고 있다는 인증)

 원래 하정우를 좋아했었다. 언제부터 언제까지 좋아했는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는다. 그러나 일단 <더 테러 라이브>와 <롤러코스터>를 하정우 때문에 극장에서 보았고, <범죄와의 전쟁>, <허삼관>, <더 테러 라이브>의 사인 DVD가 있는 것으로 보아 대략적인 시기는 특정이 가능할 것이다. 내가 가장 좋아했던 배역은 <암살>의 하와이 피스톨이었는데, 하와이 피스톨을 열렬히 좋아했던 과거는 약간 부끄럽기도 하다. 그렇게 열심히 '덕질'을 한 건 아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저런 이유로 하정우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게 되었다. 몇 년쯤 지나 하정우가 책을 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리고 어느 날 중고서점에서 이 책들이 잔뜩 꽂혀 있는 걸 보고, "이거 사 주면 리뷰 쓴다"라고 친구에게 농담을 했다. 친구가 토스로 중고책 값을 보냈다. 그래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걷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다. 특별히 체계적인 운동을 하는 건 아니지만, 하루에 2만 걸음 정도는 걸을 수 있다. 물론 매일 하루에 2만 걸음씩 걷는다는 말은 아니다. 하정우가 걷는 걸 좋아한다는 사실은 몰랐다. 책을 읽어 보니 저자는 나 같은 사람이 범접할 수 없을 정도로 걷기에 중독된 사람이었다. 걷는 걸 너무 좋아해서 사람들과 이야기를 할 때도 가만히 서 있거나 앉아 있기보다는 주변을 빙빙 돌기를 즐긴다는 문장을 읽고는 웃음이 나왔다. 하루에 10만 걸음을 걷기 위해 걷기를 좋아하는 친구들과 함께 만반의 준비를 해서 성공한 경험도 있다고 한다. 10만 걸음이라니. 하루에 만 걸음을 걷는 일도 솔직히 아주 쉬운 일은 아니다. 걷기 수를 체크하기 위해 스마트워치를 사용한다는 걸 알고 나도 스마트워치를 하나 살까, 생각하기도 했다. 이 책을 읽은 지는 몇 달이 지났는데 아직 스마트워치를 사지는 않았다. 이제 정말 하나 사야지. (저자가 쓰는 제품은 핏빗인데, 책에서는 자신이 광고 모델인 제품도 아니고 본인 돈을 주고 사서 쓰는 제품이라고 강조했다) 당연하지만 인상적이었던 점은 저자가 아무리 걷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항상 걷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걷는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걷기 싫은 날이라 해도 일단 나가서 걷는다. 걷다 보면 괜찮아진다. 그게 저자의 방식이었다. 

 

 이건 걷기와 별로 상관이 없는 이야기인데, 이 책을 읽고 저자가 굉장히 건강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을 꼭 차려 먹어야 하고 국을 좋아한다는 문장을 읽고 나도 모르게 약간 미간을 찌푸렸으나, 저자는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고 보통 아침을 자기가 차려 먹는다고 한다. 자기가 직접 차려 먹는다면 아침부터 7첩 반상을 먹고 싶어하건 말건 무슨 상관이겠어.. 어디에서나 잘 자고 밤에 우울감이나 걱정으로 잠을 못 이루는 일이 없다는 말은 많이 부러웠다. 저자는 자신의 건강한 정신을 유지하는 방법이 걷기라고 굳게 믿고 있는 것 같았다. 일반적으로 몸을 많이 움직이면 식욕이 생기고 피곤하면 밤에 잠이 잘 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니, 틀렸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걷기는 심장 건강에 좋은 운동이라고 하니 아마 저자의 심장도 아주 튼튼하겠지... 

 

 책을 선물받았을 때는 한여름이었고, 8월에 리뷰를 쓰기 시작했다가 지금에야 글을 대충 완성했다. 이 시간이 지나도록 리뷰를 기다려 준 친구에게 감사함과 미안함을 표현해야겠다.

Posted by 김미류
사 주면 쓰는 리뷰2019. 5. 29. 17:12

 

 스토리에 대한 언급이 있으므로 걸스 앤 판처 극장판을 시청하실 분은 이 글을 읽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사 주면 쓰는 리뷰를 시작하고 나서 뜬금없이 걸스 앤 판처.. 통칭 걸판이다. 걸판 극장판을 보게 되었다. 일단 걸판을 봐 달라고 요청한 사람이 카카오페이로 걸판 가격을 보내 주었기 때문에 바로 유튜브에서 구매하여 합법적인 경로로 시청하였음을 알린다. 위에 구매일도 나와 있다. 인상깊은 장면들을 캡쳐하여 업로드하였으나 내용 전개에 크게 중요하지 않은 장면들만 몇 장 캡쳐하였다. 나는 걸판 본편을 일체 시청하지 않았으며 걸판에 대한 사전 정보는 여학생들과 전차가 나온다는 것밖에 모른 채로 극장판을 보았다. 다행히 극장판이 시작하기 전 간단한 정보들과 기본적인 설정을 설명해 주는 시간이 있다. 그래서 대략적인 세계관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당연히 본편을 보고 위키를 찾아 본 사람들과는 지식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틀린 내용이 있을 수 있다.

 

 걸판 세계관에서는 전차도라는 취미 생활.. 스포츠? 그런 활동이 존재한다. 말 그대로 학생들이 전차를 타고 겨루는 활동이다. 세계관 속에서 화도(꽃)과 다도(차)와 전차도(전차)가 교양 있고 남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그런 취미라는 설정이 있다. 꽃과 차와 전차가 무슨 연관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일단 넘어가야만 했다. 전차는 장난감이 아니라 진짜다. 그래서 포탄도 진짜 쏜다. 설정상 

학생들이 다치거나 죽지 않는 이유에 대한 최소한의 설명은 있으나, 말 그대로 최소한의 설명일 뿐이다. 보통은 보면서 어 얘네 이러다 까딱하면 죽는 거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대표적으로 뭐 이런 장면이 있는데 가드레일은 도대체 누가 수리하지? 너무 민폐가 아닌가? 하고 생각했으나 전차도 때문에 파손되는 민가나 시설물 등은 모두 정부에서 보상을 해 주기로 되어 있다는 설정이 있다. 여기에서 보통 두 번째 의문이 들 것이다. 이 나라는 왜 그렇게까지 해서 여학생들이 전차 타는 모습을 보고 싶어하는 것인가.. 덧붙이자면 보상금이 좀 큰 것 같다. 극장판 중간에 누구 집이 망가졌는데 집이 망가진 사람이 좋아하는 장면이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누가 당장 우리 집을 전차로 깨부수고 대신 돈을 드리겠습니다. 하면 나는 기분이 좋지는 않을 것 같은데 내가 사는 세계에는 전차도 같은 게 없기 때문이겠지. 너그럽게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이다.

 

 

 대충 초반부에 나오는 파손 스케일만 이 정도다. 후반부에 가면 정말 이 전차도라는 것을 대체 누가 어떻게 생각해 냈는지 경악스러울 정도로 많은 것들이 파손된다. 어떤 사람들은 분명히 민가나 시설물들이 파손되는 장면을 보는 게 즐거워서 이 작품을 좋아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농담이나 비꼬는 게 아니라 확실히 누군가는 보는 맛을 느낄 만 하다. 특히 집에서 유튜브로 보는 느낌과 극장에서 보는 느낌은 아주 다를 것 같다. 극장에서도 어느 상영관에서 보는지에 따라 차이가 크지 않을까 싶었다. 

 

 

 

 내용과 아무런 관계는 없지만 토끼 이미지를 첨부한 이유가 있다. 주인공을 비롯한 같은 학교 학생들은 학교가 폐교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전차도 대회에 나가는 것이다. 일본 컨텐츠에서 학생들이 폐교를 막기 위해 노력하는 내용은 그리 보기 드물지 않다. 물론 폐교를 당하면 이것저것 불편한 일들도 겪고 불이익도 있겠지만 컨텐츠 속의 학생들은 그런 것보다는 정말 학교 자체를 사랑해서 폐교를 막으려는 경우가 많다. 나로서는 이 역시 이해가 가지 않긴 하지만 꼭 학생들의 마음을 내가 다 납득하고 극장판을 볼 필요는 없는 것이다. 이 토끼는 학교가 폐교되기 때문에 학생들이 구조하러 온 토끼인데 공을 들인 작화 때문에 귀여워서 캡쳐했다. 참고로 토끼는 암수합사를 하면 안 된다. 새끼가 순식간에 불어나기 때문이다. 

 

 하여튼 이 극장판 직전의 내용은 학생들이 폐교를 막기 위해 전차도 대회에서 우승을 했다는 내용으로 추정된다. 왜냐하면 우승을 했는데도 폐교를 강행하려는 나쁜 어른들이 나오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새로 전학할 학교를 찾기 전까지 웬 시골의 폐교에서 합숙을 한다. 내가 보기에는 학교보다 그 폐교의 환경이 더 좋아 보였다. 약간 펜션 같은 분위기도 나고.. 그러나 멋진 학생회장이 다시 어른들과 담판을 지어 폐교를 철회하기 위한 진짜 마지막 시합을 따 내게 된다. 극장판의 전반부 내용은 등장인물들의 특징을 보여 주기 위한 친선 대회에 가깝고, 중반부에는 폐교에 맞서거나 슬퍼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나온다면 이 마지막 시합과 관련된 부분이 극장판의 후반부를 차지한다. 결말은 사실 너무나 뻔하기 때문에 굳이 적지 않는다.

 

 

 

  여담으로 이 캐릭터가 처음 나왔을 때 아 얘 인기 많을 것 같네.. 하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그렇다고 한다. 오타쿠로서의 감이 아직 죽지 않은 것이다. 사실 전차 안에서 차를 마실 수 있다니 엄청난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차 마시는 것을 좋아하는 친구는 걸판을 본 건 아니지만 차 마시는 캐릭터가 나온다길래 약간 호감이 간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 캡쳐를 보내 줬더니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하여튼 전차에서 머리를 내밀고 있는 건 내가 보기에 너무나 위험천만해 보인다. 학생들이 앞으로도 안전하게 전차도를 즐길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Posted by 김미류
사 주면 쓰는 리뷰2019. 5. 29. 13:30

 

 리뷰를 작성하기에 앞서, 나는 영화에 대해 잘 안다거나 영화를 공부한 사람이 아니다. 그러므로 지극히 주관적인 의견들에 기반해 이 글을 쓰고 있다. 이 글이 나 외에 그 누구의 의견도 대표하거나 대신하지 않음을 미리 밝힌다. 그리고 영화의 중요한 내용들을 미리 밝히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실패한 부분이 몇 군데 있다. 영화에 대한 사전정보를 일체 얻고 싶지 않은 사람은 이 글을 읽지 않기를 권한다. 

 

 어느 날 할 일이 없어 메신저 창을 뒤적거리던 중 지인들이 모인 단체 톡방에서 걸캅스를 욕하는 의견들을 보게 되었다. 일단 걸캅스를 욕하는 대표적인 별명으로는 '걸복동'이 있는데, <자전차왕 엄복동>에 빗대 온갖 망한 것들에 '~복동' 을 붙이는 요즘 인터넷 밈인 것 같다. 걸캅스가 욕을 먹는 이유로는 여러 가지가 있는 것 같았다. 대표적으로 전개가 억지스럽고, 이성경 같은 (마르고 가녀린) 배우가 형사 역할로 액션 연기를 소화하는 것이 어색하며, 욕이 너무 많이 나오고, 윤상현이 남자 가정주부인데 무시당하는 역할로 나오고, 뭐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들었다. 하여튼 걸캅스가 쓰레기 영화라는 결론이었다. 대강 이야기를 들으며 했던 생각은 아직 개봉조차 하지 않은 영화가, 대한민국 역사에 남을 희대의 망작이라는 사실을 어떻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가? 하는 것이었다. 보통 영화를 욕하는 사람들은 영화를 보고 나서 그 영화가 내 돈을 들이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쓰레기 같은 영화였다는 사실에 분노해서 욕을 하곤 한다. 영화를 굳이 보지 않을 사람들은 영화에 관심도 주지 않기 때문에 욕도 잘 하지 않는다. 그러나 걸캅스는 개봉 전부터 각종 커뮤니티에서 꽤 많은 주목을 받으며 망한 영화라는 말을 듣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나는 걸캅스를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 망했다는 영화나 게임 등이 출시되면 사람들은 그 컨텐츠를 남에게 즐기게 하고 싶어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걸캅스 예매해주시면 보고 리뷰도 씁니다" 라는 말로 은혜로운 지인에게 걸캅스 티켓을 받을 수 있었다. 카테고리의 제목은 거기에서 유래한 것이다. 사 주시면 보고 리뷰 씁니다. 

 

 먼저 라미란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다. 라미란이 출연한 영화들 중 내가 처음으로 본 건, 아마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친절한 금자씨>였다. 여러 영화에서 약방의 감초 같은 조연으로 출연하여 어쩌구 하는 이야기들은 나 말고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했을 테니 넘어간다. 라미란은 상당히 인상이 강렬한 배우라서 한 번 보면 잊어버리기가 쉽지 않다. 실제로 라미란이 조역이나 단역 정도로 출연한 작품을 보고 잊어버리고 있다가, 나중에 라미란이 출연한 다른 작품을 보고 어 이 사람 거기서 뭐로 나왔던 사람이네, 하고 생각한 적이 많다. 걸캅스가 라미란의 첫 주연작이라고 하는데, 솔직히 이 정도 되는 배우가 주연작을 이제 맡았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이성경의 경우는, 이성경처럼 가녀리고 마른 배우가 형사 역을 맡는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평가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말을 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이성경은 작중에서 비중 있는 액션 씬을 맡지 않기 때문이다. 이성경의 액션으로 악역들을 다 때려잡고 그러는 게 말이나 되냐는 식으로 트집을 잡는 사람은 그냥 영화를 안 봤다고 보면 된다. 

 

 그리고 나는 원래 소원 출신이기 때문에, 수영이 나온다는 이유만으로 이 영화를 봐야겠다고 생각했었다. 수영은 무려 국정원 직원이었다가 댓글부대 일에 환멸을 느끼고 그만둔, 비범한 재능의 해커 역할로 나온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수영이 제일 웃기다.. 걸캅스에는 욕이 많이 나오는데 수영도 거기서 한 몫 한다. 수영의 첫 대사는 언니 우리 X됐다고 하는 대사인데, 수영의 이런 모습과 내가 이전에 봤던 수영의 아이돌로서의 모습들을 번갈아 생각하다 보면 만감이 교차한다. 하여튼 양장미 역에 수영을 캐스팅하기로 한 사람은 천재인 것 같다. 수영이 없었으면 영화가 훨씬 덜 웃겼을 것 같다. 그러나 양장미 캐릭터는 설정이 억지스럽다는 이유로 엄청난 욕을 먹은 바 있다. 내가 생각하기에 걸캅스에서 가장 말이 안 되는 건 댓글부대 일에 환멸을 느끼고 국정원을 그만둔 양장미가 아니다.

 

 바로 라미란이 연기한 박미영의 남편 역으로 나오는 윤상현이다. 윤상현은 사법시험을 10년 정도 준비하는데, 결국 합격하지 못한 채 로스쿨과 변호사 시험이 생기면서 사법시험이 사라진다. 작중에서 윤상현은 아내와 아이를 사랑하고 가정에 충실하며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성실한 남편으로 나온다. 물론 경제적인 능력은 없어서 전업주부로 일하며 아내에게 엄청난 구박을 받는 것이 일상이다. 그러나.. 과연 사법시험을 10년 정도 준비한 사람이, 그것도 합격하지 못한 채 사법시험이 없어진 상황에서도, 이런 인격자라는 것이 말이 되는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사법시험 같은 시험을 어려운 환경에서 준비하게 되면 몇 년만에 내면이 황폐해지기 쉽다. 게다가 자기 인생을 건 사법시험이 사라져 버리면 사람은 어떤 마음 상태가 될까.. 사실은 윤상현의 이런 캐릭터야말로 정말 판타지에 가까운 것이다. 

 

 걸캅스는 여성 주연 영화고 여성 서사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본격적인 페미니즘 영화를 기대하고 걸캅스를 본다면 다소 아쉬울 수 있다. 그냥 극장에서 무난하게 볼 수 있는 웃긴 액션 영화 정도라고 생각된다. 왜 이 영화를 둘러싸고 페미니즘 의제와 관련하여 수많은 키보드 배틀이 벌어졌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의문의 페미니즘 대작 취급을 받고 있다. 웃음 코드가 더럽고 저차원적이라거나 욕이 너무 많이 나온다거나 하는 비판들은 그렇게 유의미한 내용인지 잘 모르겠다. 추임새 같은 욕설과 더럽거나 저급한 유머는 한국 형사물에서 거의 빠지지 않는 요소였다고 생각한다. 물론 뻔한 것들을 그대로 가져다 썼다는 비판을 할 수는 있다. 근데 카 체이싱은 정말 미쳤다.. <아수라> 이후로 가장 감동적인 카 체이싱이었다. 

 

 내용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쓰지 않으려고 하니까 딱히 쓸 말이 없긴 하다. 개인적으로 놀란 점은 영화에 두어 명 정도 유명한 배우가 까메오로 나오는데 사람들이 그 배우들 이야길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물론 딱히 할 이유가 없긴 하다. 해당 배우들이 가치가 없다는 게 아니라 해당 배우들이 영화 속에서 차지하는 장면이 그리 비중이 엄청나지는 않다는 뜻이다. 여담으로 그 중 한 배우를 예전의 꽤 좋아했던 입장으로서 그 배우가 나오는 장면에서 나도 모르게 너무 놀라서 소리를 지를 뻔 했다.. 너무 뜬금 없는 장면에서 잘 아는 얼굴이 나오니까 기분이 이상하더라. 마치 곡성에서 황정민이 처음 등장했을 때처럼.. 

 

 아 하와이안 셔츠 사고 싶다. 

Posted by 김미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