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애 간식인 밀웜을 마지막 남은 부스러기까지 싹싹 긁어먹는 사진으로 오늘의 글을 시작해야지. 골든 햄스터와 같이 살면서 알게 된 점이 몇 가지 있다. 먼저 햄스터는 그루밍을 해서 스스로의 털을 관리한다. 그래서 햄스터는 절대로 물 목욕을 시켜서는 안 된다. 물 목욕을 시켰다가 순식간에 감기나 저체온증으로 크게 아프거나 죽을 수 있다. 우리 집 햄스터도 우리 집에 온 이래로 한 번도 물로 씻긴 적이 없지만 항상 나보다 깨끗하다. 샤워를 하지 않아도 항상 뽀송뽀송하고 부드러운 털을 자랑하며 냄새도 나지 않는다. 한때는 인간의 입장에서 그게 좀 불공평하다고 느낀 적이 있었다. 인간은 며칠만 샤워를 하지 않아도 털이 떡지고 몸에서는 냄새가 나는데... 햄스터는 샤워도 안 하면서 왜 매일 뽀송뽀송할까? 하고 말이다. 하지만 햄스터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항상 정신없이 그루밍을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햄스터의 입장에서는 그게 샤워하는 거나 마찬가지니까, 햄스터가 나보다 깨끗한 건 햄스터가 나보다 자주 씻기 때문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이 조그만 동물도 매일 몸을 관리하고 깨끗하게 유지하는데, 내가 씻기 귀찮다는 생각을 하는 건 영장류로서 한심한 일이 아닐까?
이 작은 동물의 놀라운 점은 그것뿐이 아니다. 골든 햄스터는 무려 소변을 가린다. 물론 개체 차이가 있기 때문에 철저하게 잘 가리는 햄스터와 때로 실수(?)를 하는 햄스터, 다소 자유분방한 햄스터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 햄스터는 철저하게 잘 가리는 편이다. 부드러운 모래로 화장실을 만들어 주면 그 구역에만 소변을 보는데, 그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는 매우 큰 충격을 받았다. 그렇게 똑똑해 보이지도 않는(햄스터 무시가 아니라 실제로 햄스터는 설치류 중에 지능이 높지 않은 편이다) 햄스터가 소변을 가리다니... 인터넷에서 이유를 찾아보았다. 야생의 햄스터는 먹이사슬 최하위에 있는, 가장 약하고 힘이 없는 동물이기 때문에 스스로의 냄새를 지우려는 본능이 있다고 한다. 햄스터 소변 냄새는 굉장히 강하다. 그래서 소변 냄새를 어느 정도 가릴 수 있는 모래 같은 곳에 소변을 보고 그 자리를 파묻는 것 같다. 그래서 화장실에서 햄스터가 소변을 본 모래만 치우면 집을 깨끗하게 유지할 수 있다. 대변은 가리지 않는다... 아무 데나 보고 던져 놓고 구석에 모아 놓기도 하기 때문에 가끔 청소를 하다 보면 경악할 때가 많다. 물론 햄스터의 대변은 그렇게 냄새가 나지도 않고 더럽지도 않으니까 그냥 청소용 숟가락이나 삽 같은 걸로 푹푹 퍼서 버리면 된다.
그루밍을 한다는 점에서 충분히 눈치챌 수 있는 부분이긴 한데, 햄스터는 몸이 굉장히 유연하다.
대충 이런 느낌이다. 그래서 가만히 햄스터만 보고 있어도 시간이 슥슥 잘 간다. 그루밍할 때는 온갖 기이한 자세를 취하고, 동그랗게 몸을 말았다가 길게 쭉 폈다 하기도 하고, 쳇바퀴를 탈 때는 최선을 다한다. 베딩을 앞뒷발로 파기도 하고 종이를 볼에 넣어서 옮겨 둥지를 만들기도 한다. 어떻게 해야 햄스터가 조금이라도 더 재미있게 지낼 수 있을까 많은 고민을 한다. 터널이나 장난감 같은 것들을 사서 넣어 주기도 하고, 은신처도 이것저것 사곤 했다. 하지만 여기에는 큰 맹점이 있는데 바로 햄스터는 마음에 드는 것만 쓴다는 것이다. 게다가 햄스터 집에 넣어 줄 수 있는, 햄스터에게 해롭지 않은 장난감 같은 건 한정적이다. 오늘도 새로 들어온 상품이 없나, 뭔가 참신한 게 없나 하고 햄스터 쇼핑몰을 구경하곤 한다. 몇 개를 사도 햄스터가 쓰는 건 정해져 있다는 사실을 애써 외면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위에 이야기한 것들에 비하면 사소하지만 골든 햄스터는 발바닥에 젤리가 있다. 그리고 발이 약간 차갑고 촉촉한 느낌이 든다. 설마 오줌 싸고 밟고 다녀서 그런 건 아니겠지..? 이족보행을 하지는 못하지만 앞발을 어느 정도 손처럼 쓸 수 있어서 귀여운 모습이 자주 나온다. 뒷발로 서서 앞발로 씨앗을 까 먹거나 간식을 먹는 햄스터의 모습은 꽤 잘 알려져 있다. 가끔 자기가 좋아하는 음식을 주면 앞발에 힘을 주고 빼앗아 가기도 하는데, 우리 집 햄스터는 보기보다 힘이 굉장히 세다. 손으로 간식을 주고 싶어서 들고 주다가 빼앗기고 황망한 마음으로 햄스터를 쳐다보기만 할 때가 많다. 억지로 만지면 당연히 싫어하기 때문에 가능한 한 만지지 않는데, 가끔 배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잡고 뒤집어 봐야 할 때가 있다. 그럴 때 버둥버둥거리는 힘을 보면 이 녀석... 아직 한창이군... 하는 생각이 들어서 안심이 된다.
아까 잠깐 언급한 것처럼 햄스터는 그리 지능이 높은 동물이 아니다. 게다가 아주 독립적인 동물이다. 그래서 기르는 사람을 알아본다거나 애교를 부린다거나 그런 건 기대하지 않는 게 좋다. 하지만 밥을 줄 때가 되어서 밥그릇을 들고 나가면 밥 때인 걸 알고 밥그릇 두는 2층으로 올라온다거나, 가끔 자기가 내킬 때면 손으로 올라와서 팔을 타고 등반을 한다거나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개체에 따라서는 사람의 손 위에서 잠들거나 하기도 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우리 집 햄스터는 원래 성격이 그런 건지 어렸을 때 유기된 영향인지 겁이 매우 많고 사람을 그리 좋아하지는 않는다. 나도 가끔은 햄스터를 쓰다듬고 싶을 때가 있는데, 그러면 햄스터 집에 손을 넣고 가만히 있거나 간식을 주며 살살 구슬린다. 햄스터가 내키지 않아한다면 어쩔 수 없으니 쿨한 척 돌아선다. 그러다 보면 가끔은 제가 먼저 친한 척을 해 줄 때도 있는 법이다.
이 글은 나중에 햄스터가 내 곁을 떠나고 나서 햄스터를 추억하기 위해 쓰기 시작했다. 그런데 내가 너무 일찍부터 주책을 떠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우리 집 햄스터는 쌩쌩하다. 지금도 열심히 똥을 던져 놓고 옆에서 그루밍을 하고 있다. 그래도 일찍부터 써서 나쁠 건 없지. 오늘의 글을 마무리하고 햄스터 똥이나 치우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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