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지 않기로 마음먹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 이유는 저마다일 것이다. 경제적으로 여의치 않아서 결혼을 선택하지 않을 수도 있고, 혼자만의 삶을 영위하고 싶어서 결혼하지 않을 수도 있다. 굳이 결혼을 하고 싶지 않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많다. 어쨌든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는 사고방식은 이제 구시대적이다. 이 책은 신기하게도 그런 사회 풍조에 역행하는 책이다. 저자는 결혼을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이유에 대해 논하고, 결혼생활을 행복하게 하는 법, 그리고 배우자를 선택하는 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개인적으로는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타인이 살아가는 방식에 간섭할 자격은 누구에게도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결혼을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의견이 궁금하기는 하다. 그래서 꽤 흥미롭게 읽었다.
책에서는 요즘 세대가 결혼을 기피하는 이유에 대해서 간략하게 다루고, 비혼주의자들 몇 명과 기혼자들 몇 명의 사례에 대해 이야기한다. 물론 저자의 결론은 결혼을 해야 한다는 쪽으로 이미 내려져 있기 때문에 사례가 아주 객관적이라고는 볼 수 없다. 저자는 결혼 경험자가 비혼자를 부러워하는 경우는 없다고 자신 있게 주장하고 있으나, 이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이 책의 첫 번째 소제목이 '2030세대의 결혼 기피 이유, 과연 타당할까?'이다. 남의 인생에서 중요한 문제에 대해 타당하고 그렇지 않고를 제삼자가 논할 자격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2030세대 중에서도 분명 결혼을 하고 싶어 하지만 엄두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라면 이 책을 읽고 결혼하려는 마음을 먹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결혼이라는 시스템이 점점 변화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남존여비 사상이나 가부장제와 같은 악습들이 갈수록 완화될 것이기 때문에 이전의 결혼과 지금의 결혼이 같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또한 결혼을 한다고 해서 평생을 함께해야 하는 건 아니라는 점에 대해서도 의견을 분명히 한다. 재혼을 하거나 '돌싱'으로 살아가는 건 전혀 나쁜 일이 아니고, 법적 결혼을 하지 않고 동거 생활을 유지해도 된다는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저자의 의견에 동의한다. 결혼제도나 혼인 관계를 지나치게 무겁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이 책에서는 결혼 생활을 만족스럽게 하는 방법, 배우자를 선택하고 검증하는 방법에 대해 아주 자세히 다루고 있다. 자세한 내용을 여기에 쓸 수는 없고 궁금하다면 책을 읽어 보면 될 것 같다. 결혼 전 협의서, 도중에는 중간 평가서를 쓰라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결혼을 하든 하지 않든 그건 개인의 자유지만, 결혼을 할 거라면 파트너를 자신의 생활 동반자로 여기고 지속적으로 서로 대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협의서나 평가서는 그런 대화의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아쉬운 건 결국 저자가 2030세대가 왜 비혼을 선택하는지에 대해 아주 심도 있는 고찰을 하지는 못한 것 같다는 점이다. 저자 역시 기성 세대의 사람이고, 결혼을 적극적으로 권장하는 사고방식을 가졌기 때문에 비혼주의에 대해 완전히 이해하고 공감하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 책은 결혼에 대한 통찰이 녹아 있는 책이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기성 세대 남성의 입장에서 결혼을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결혼을 하고 싶은 사람은 결혼을 해서 잘 살고, 하지 않고 싶은 사람은 하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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