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의 시간은 사람의 시간보다 빠르게 흘러간다. <노견일기>는 나이 든 개인 '풋코', 그리고 풋코와 함께 살아가는 한 사람의 이야기다. 작가는 사랑하는 개가 나이를 먹고 언젠가는 자신의 곁을 떠나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노견일기>는 나이를 먹어 가는 개와 보내는 일상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그들의 즐거운 일상을 보면서 때로는 마음 한 구석이 찡했다. 동물과 함께 살아 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수밖에 없는 감정들이 느껴진다. 잠든 동물에게 조심조심 다가가서 숨을 쉬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기 전까지의 조바심과 같은 감정들. 앞으로 함께 살 날이 많이 남지 않았다는 생각을 하며 의식적으로 사진을 찍고 한 번이라도 더 들여다보려고 하는 그 시기의 감정들 말이다. 어쩌면 오래오래 함께 살 수도 있을 거라는 희망, 너무 큰 기대를 품었다가는 동물이 내 곁을 떠나갔을 때의 상실감을 감당할 수 없을 것만 같은 두려움이 교차하기도 한다. 때로는, 아니 꽤 자주 서로 명료한 말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품는다. 하지만 말이 통하지 않음에도 어떤 생명체를 이렇게까지 사랑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생명체가 나에게 곁을 내어준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노견일기>는 개와 사람의 이야기다. 하지만 꼭 개를 키우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동물과 함께 살고 있거나 살아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때로는 웃음짓고 때로는 눈물지으며 읽을 수 있을 만한 책이다.
애완동물이라는 말 대신 반려동물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인간과 인간이 기르는 동물의 관계에서 절대적인 권한을 쥐고 있는 건 인간이기 때문에, '반려동물'이니 '고양이 집사'니 하는 말들이 기만적이라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반려동물이라는 말을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 그리고 반려동물이라는 말이 기만적이라는 주장 모두 일리는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자신과 함께 사는 동물에 대해 전적으로 결정권을 가진다. 많은 반려동물들은 아무리 사랑받으며 좋은 환경에서 산다고 해도 인간이 물을 주지 않으면 물을 마실 수조차 없는 상황에서 살아가고 있다. 가끔은 동물을 내 인생의 일부로 삼으려는 스스로의 모습을 돌아보게 된다. 그럼에도 인간이 동물을 사랑하는 것 자체가 의미 없고 잘못된 행동이라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최선을 다해서 힘껏 어떤 존재를 사랑한다면 그 마음이 상대방에게도 가 닿지 않을까. 그런 마음들이 그 존재의 삶을 조금이라도 더 아름답고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면 좋겠다.
만화이기 때문에 컷을 찍어 올리거나 많은 대사를 발췌할 수는 없지만, 내 마음을 울린 한 장면 정도는 소개해도 될 것 같다.
"죽은 개 생각 좀 그만 하고 사는 게 좋지 않을까요?"
"음, 하지만 죽은 개도 인생의 일부인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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