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3. 8. 17:13

 

 나이가 차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야 한다. '정상'적인 가족은 양쪽 부모와 자녀로 구성된 가족이다. 아직도 당연하게 이런 생각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그래도 요즘에는 다양한 이유로 결혼을 하지 않거나, 결혼을 하더라도 아이를 낳지 않고 사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사실 결혼이나 출산, 육아와 같은 중대사는 본인이 충분히 숙고해서 결정하는 게 당연하다. 타인의 등을 떠밀어서 억지로 시키는 사람들이 책임을 져 주지도 않을뿐더러, 책임을 져 줄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연애, 결혼, 출산의 과정을 거치는 게 정상적이며 저 코스를 밟지 못하는 사람들은 어딘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회 분위기가 만연하다. <딩크족 다이어리>는 아이를 낳지 않기로 결정하고 살아가는 한 중산층 부부의 이야기이다. 개인의 견해와 경험담을 적어 놓은 책이기 때문에 복잡한 내용도 없으며 읽기에 어렵지 않다. 

 

 저자 부부를 포함해 많은 딩크족이 아이를 낳지 않고 살기로 결심한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먼저 아이를 낳아서 기른다는 중대한 행동을 쉽게 결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부모 세대를 보면 다들 그냥 당연하다는 듯 아이를 낳아 길렀다. 아이를 낳는 것 자체도 힘든 일이지만 아이는 낳아 놓는다고 알아서 자라는 게 아니다. 아이는 부모나 주변인들의 시간적, 체력적, 경제적 희생을 요구한다. 물론 그게 아이의 잘못이라는 것도 아니고, 그런 희생을 감수하면서도 아이를 낳아서 기르는 사람들의 선택 역시 고귀한 것이다. 그러나 역시 출산과 육아는 충분히 고민해서 그 무게를 감당할 수 있는 사람들이 하는 게 맞지 않나 싶다. 저자 부부 역시 아이는 아이를 위해 모든 걸 희생할 각오가 되었을 때 갖는 것이 맞다고 결론을 내린다. 그리고 아이를 낳아 기르기에는 그들이 희생하고 싶지 않은, 희생할 수 없는 것들이 많다. 그런 선택을 두고 이기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제삼자는 아무도 없다.

 

 딩크족으로 살다 보면 아이를 낳는 걸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세대와 갈등을 빚게 된다. 특히 손주를 기다리는 양가 어른들을 설득하는 게 일이다. 잘 생각해 보면 부모라고 해도 부부 당사자에게 아이를 낳아라 말아라 명령할 권리는 없고, 부모의 의견도 결국 남의 의견이니 부부가 남의 의견을 따를 의무는 없다. 그러나 결혼은 개인의 일이면서 동시에 가족의 일이기 때문에 많은 부부가 아이를 바라는 가족들을 설득하기 위해 노력한다. 다행히 저자 부부는 가족들과 그리 큰 갈등을 빚은 것 같지는 않다. 시간이 지나면서 시대가 흐르면 사람들의 사고방식도 달라지겠지만, 다른 이들의 편견 어린 시선도 딩크족에게는 피곤하고 힘든 일이다. 아이를 낳아 기르는 사람들에게 나름의 고충이 있는 것처럼 아이를 낳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힘든 일이 있다.

 

 저자는 이 책을 읽는 사람들에게 딩크족으로 살 것을 권유하거나,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이 낳는 것보다 좋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그저 자신이 선택한 삶의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모든 선택이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이야기할 뿐이다. 누군가는 딩크족으로 살기로 결심했다가 마음을 바꿀 수도 있고 그렇게 마음을 바꾸는 것도 역시 개인의 자유이다. 모든 사회 구성원들이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개인의 선택에는 관대한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이 책을 읽었다.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니 딩크족을 둘러싼 이야기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Posted by 김미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