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6. 6. 23:18

 

 부동산이라는 의제에 모두가 흔들리고 있다. 지난 제20대 대통령 선거 역시 부동산이라는 파도가 가른 선거라는 게 중론이다. 모두가 부동산을 이야기한다. 예측하고, 평가하고, 낙관하거나 비관하고, 남을 조롱하거나 질투하기도 한다. 나 개인적으로는 실거주용 집을 살 일도 없을 것 같은데 시세 차익을 노리는 부동산 재테크에 관심이 있을 리가 없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주제에 대해 어느 정도 알아보는 게 의미가 없는 일이라고는 할 수 없겠다. 이광수의 <집이 온다> 는 앞으로의 부동산 시장을 예측하고 분석하여, 성공적인 타이밍에 부동산을 구매하기 위한 방법을 말하는 책이다. 저자 말마따나 '진짜 기회'를 알려 주는 책이라고 하니 부동산 투자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읽어 봐도 좋을 듯싶다.

 

 그래서 부동산 시장은 어떻게 되는가? 집값은 언제까지 떨어지고 언제 오르는가? 언제 집을 사야 하는가? 이런 질문들에 대한 대답을 다 여기에 써 버리면 아무 의미가 없을 것 같아서, 나는 비교적 원론적인 이야기 중심으로 서평을 쓰고자 한다.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요약하자면 규제 완화, 세금 인하, 대출 확대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 후보일 당시, 이러한 부동산 정책으로 인해 수혜를 입기 쉬운 지역에서 윤석열 후보가 많은 표를 가져갔다. 서울에서는 강남 3구라고 불리는 강남, 서초, 송파구, 그리고 용산구 등이 윤석열 후보의 지지세가 강했던 지역이다. 저 지역에서 윤석열 후보를 지지했던 사람들은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 가치를 지키기 위해, 그리고 규제 완화와 세금 인하를 통해 이득을 보기 위해 투표한 것이다. 반면 이재명 후보에게 투표했던 사람들은 대부분 부동산 개혁을 원했을 것이라고 본다. 당장 내 집값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부동산 시장을 개혁하고 장기적으로 미래 세대가 좀 더 안정적으로 살 수 있기를 바랐으리라는 것이다. 대통령 선거에서 그 두 가지 욕망이 크게 충돌했고, 윤석열 후보는 자신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욕망을 제대로 대변한 반면 이재명 후보는 그러지 못했다는 것이 저자의 분석이다.

 

 저자는 부동산 시장에서 큰 실패를 겪지 않으려면 인지 편향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인지 편향이란 '경험에 의한 주관적이고 비논리적인 추론으로 인해 잘못된 의사 판단을 내리는 것' 이다. 인지 편향의 예시로는 낙관주의 편향이 있는데, 자신에게는 긍정적인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는 편향을 말한다. 우리가 잘 아는 도박사의 오류, 확률적으로 연관성이 없는 사건을 연관시켜 범하는 오류 역시 인지 편향의 일종이다. 많은 사람들은 이번에는 손해를 보았으니 다음에는 이득을 볼 차례라는 착각을 하지만, 이번에 일어난 사건은 이미 일어난 것이고 다음에 일어난 사건은 그것과 독립적으로 발생하는 사건이다. 이런저런 예시가 실려 있으니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저자는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이 부동산 시장의 본질에 대해 고민해 보았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단순히 시세 차익을 통한 투기를 하고 싶고, 부동산 투자를 통해 큰 이득을 보고 싶은 사람들만을 타겟으로 한 책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핵심적인 내용은 적지 않았지만 대략적인 내용만으로도 저자의 태도나 저자가 하려는 이야기를 추측해 보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고 생각한다. 부동산 문제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Posted by 김미류
2022. 5. 1. 23:02

 

 <초가속 : 파괴적 승자들>은 '속도의 경제'라는 개념을 다루는 디지털 경제학 서적이다. 가장 빠른 속도로 아이디어를 선점하여 새로운 변화를 이끄는 이가 승자가 되는 시대가 왔다. 초가속이란 빠르게 속도를 올려서, 뒤처지지 않도록 계속해서 변화해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저자는 그러한 시대의 승자들을 파괴자라고 부르는데, 기존의 루틴을 파괴하여 변화를 선도한다는 의미로 그런 호칭을 쓰는 것으로 보인다. 이 책에서는 그러한 파괴자들이 누구고, 또 어떤 식으로 기존의 업계를 파괴하며 새로운 트렌드를 이끌었는지, 디지털 경제를 이끄는 6가지 파괴적 물결은 각각 무엇인지, 그리고 이러한 시대에 개인과 기업이 어떻게 변화에 적응해야 하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테슬라, 아마존, 스타벅스, 나이키 등과 같이 많은 사람들이 잘 아는 구체적인 예시를 들어 설명하고 있어 읽기 그리 부담스럽지는 않은 편이다.

 

 요즘은 OTT 서비스의 시대다. 애플이나 디즈니까지 여기에 뛰어들면서 이제 도대체 몇 가지를 구독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투정을 부리는 사람들도 많다. 당연한 일이다. 내가 당장 떠올릴 수 있는 서비스만 해도 몇 가지인지 모르겠다. 그리고 넷플릭스가 OTT 서비스의 선두주자라는 걸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 넷플릭스의 등장은 정말 충격적이었는데, 내가 보고 싶은 컨텐츠를 하나하나 찾아다니지 않고 한 군데에서 모아서 볼 수 있다니. 결제도 하나하나 할 필요 없이 구독만 걸어 두면 매달 자동으로 돈이 빠져나간다. 솔직히 말하자면 넷플릭스에서 보고 싶은 컨텐츠를 한 군데서 볼 수 있다는 장점은 많이 퇴색된 상태라고 생각한다. 이런저런 플랫폼에서 추가적으로 OTT 서비스를 시작하기도 했고, 그로 인해 넷플릭스에서 빠져 버린 컨텐츠가 상당히 많으니까. 하지만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컨텐츠를 제작함으로써 단지 OTT 플랫폼에 머물러 있지 않기를 선택했다.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한국 드라마인 <오징어 게임> 역시 넷플릭스가 투자해 제작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컨텐츠다.

 

 책에 소개된 예시 중에 신기했던 걸 하나만 꼽자면 역시 바이두의 안면인식 기술이라고 하겠다. 바이두의 안면인식 기술은 ATM에서 얼굴 인식으로 현금을 출력할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그 정도로 정교하게 만들어져 있을까 싶어 걱정스럽지만 그 정도로 정교하게 만들어져 있으니까 상용화가 되었겠지 생각이 든다. 최근에는 고객이 패스트푸드점 문 안으로 들어서면 고객의 외모, 인상착의를 통해 나이와 성별을 추론해서 메뉴를 추천하는 서비스도 도입되었다고 한다. 두 번 이상 방문한 고객의 얼굴은 키오스크가 기억하도록 되어 있어서, 이전에 주문했던 음식이나 좋아할 것 같은 메뉴를 추천해 준다고 한다. 정말 신기하긴 한데 왠지 좀 무섭기도 하다. 내가 언제 KFC를 방문했는지 기계가 다 알고 있다니. SF 소설에서나 읽었던 일들이 현실에서도 가능해졌다는 느낌이 든다. 

 

 저자는 디지털 경제를 이끄는 6가지 파괴적 물결을 각각 비대면화, 탈경계화, 초맞춤화, 서비스화, 실시간화, 초실감화라고 소개한다. 보기만 해도 어떤 개념인지 대강 이해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고, 책으로 직접 읽어 보는 게 더 좋으니 구체적인 설명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초실감화 파트에 읽으면서 흥미로웠던 부분이 하나 있었다. 일본에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마치 오프라인처럼 안경을 써 볼 수 있는 서비스가 있다고 한다. 얼굴형이나 헤어스타일에 맞춰 어울리는 안경테를 소개해 주기 때문에 실제로 가게에 방문하지 않아도 비교적 편하게 안경을 구입할 수 있는 모양이다. 국내에도 비슷한 서비스가 도입되었으면 좋겠다! 이미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 밖에도 온라인 여행과 같은 서비스도 소개되어 있었는데, 솔직히 온라인으로 이용하면 좋은 서비스들이 참 많지만 여행은 그냥 직접 가는 쪽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초가속의 시대에서는 모든 정보와 데이터들이 넘쳐나고, 그렇기 때문에 그 중에 나에게 필요하고 유효한 정보가 무엇인지 찾는 게 중요하다. 이렇게 모든 게 빠르게 흘러가는 시대에는 자신에게 필요한 데이터를 찾고, 그 데이터의 맥락을 이해하여 활용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또 저자는 협업 능력을 강조하는데,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기술, 로봇, 사물 등 함께 일하는 업무 환경에서 상호작용하는 모든 대상과 협력할 수 있어야 한다." 새삼 의사 소통의 중요성이 더 강해지는 시대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통의 대상이 인간으로 한정되지 않을 뿐이다. <초가속 : 파괴적 승자들>은 디지털 경제에 대해 비교적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Posted by 김미류
2022. 4. 29. 23:04

 

 모든 취미에는 권태기가 오기 마련이다. 하루하루 즐겁고 재미있던 일들도 어느 날 문득 귀찮고 지겨워진다. 그 시기를 잘 극복하면 그 취미는 계속되는 거고, 그 시기를 극복하지 못하면 취미를 접게 된다. 문제는 그 취미가 동물이나 식물처럼 살아 있는 생명과 관련되어 있을 경우에는 질린다고 던져 버릴 수 없다는 것이다. 물고기 돌보는 게 예전처럼 즐겁지 않고 물고기 밥을 안 주고 물을 안 갈아 주면 안 되니까. 내가 마음 같아서는 식물을 마구 들이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다. 순간 충동에 휩쓸려서 마구 일을 벌였다가 나중에 책임지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걱정스럽기 때문이다. 가드너들은 식물 돌보는 취미에 오는 권태기를 '식태기'라고 부른다고 한다. 식덕질에 푹 빠져 식물 만화를 그리고 2권까지 출판을 하게 된 마일로 작가조차 식태기를 피해 갈 수는 없는 모양이다. 다른 취미와 비슷하게 식태기가 오는 건 보통 가드닝이 잘 풀리지 않을 때다. 

 

 중요한 건 식태기가 아니라, 어떨 때 가드닝이 잘 풀리지 않는가이다. 식물에 벌레가 꼬이거나, 겨울에 너무 춥거나 여름에 장마가 지속되면서 식물들의 상태가 좋지 않아지거나, 식물들이 곰팡이병 등 병에 걸리면 가드닝이 힘들어진다. 한국은 계절별로 기온이나 습도 편차가 커서 식물들도 당연히 계절을 타게 된다고 한다. 물론 갖가지 장비들로 환경을 맞춰 줄 수는 있지만, 그게 어려운 상황이라면 상대적으로 적응력이 뛰어나고 강인한 식물을 골라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다면 초보자가 기르기 쉬운 강인한 식물은 뭘까? 정보 자체는 굉장히 많다. 포털 사이트에 초보자가 기르기 쉬운 식물이라고 검색하면 온갖 식물이 다 나온다. 나도 몇 번 시도해 봤다가 적지 않은 식물을 죽였다. 또, 어디에는 기르기 쉽다고 나와 있는 식물이 또 다른 글을 보면 초보자에게 까다로운 식물이라고 언급되어 있는 경우도 많다. 도대체 뭘 믿어야 할까? 정말 기르기 쉬운 식물은 없을까? 식물을 기르고 싶은 초보자라면 누구나 이런 생각을 할 거라 믿는다. 그래서 이 책에서도 추천하는 '기르기 쉬운 식물' 에 대해 나도 이야기를 해 볼까 한다. 그 식물은 바로 스킨답서스다. 스킨답서스는 내가 가장 오래 기른 식물이었다. 처음에는 어항에 넣을 용도로 하나를 샀는데, 점점 커지고 증식해서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자란 적이 있었다. 문제는 커지고 나니까 오히려 관리하기가 더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보통 식물이 대품이 되면 관리하기가 쉬워진다는데, 나는 아무런 지식과 경험이 쌓이지 않은 채로 스킨답서스가 혼자 무럭무럭 자라서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된 처지였다. 하여튼 스킨답서스는 정말 잘 자란다. 볕이 잘 들지 않아도 잘 자라고, 물에 꽂으면 말도 안 되게 잘 자라고, 비료를 안 줬는데도 잘 자란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난이도가 낮은 식물을 기름으로써 식물 기르는 일에 재미를 붙이고 싶은 사람에게는 스킨답서스를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다.

 

 2권에서는 흙을 직접 만드는 법, 비료의 종류와 장단점, 물 주는 법, 분갈이 할 때의 구체적인 팁 등 식물을 제대로 기르고 싶은데 아직 아는 게 별로 없는 나 같은 사람들에게는 유용한 정보가 많았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비료라고 하면 별로 좋지 않은 인상을 받고는 했는데, 식물을 잘 기르는 데는 비료가 가장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알고 놀랐다. 비료를 잘 주면 식물이 거의 사람이 약물로 도핑하듯 성장한다는 모양이다. 그리고 식물들은 빗물을 좋아한다고 한다. 이 사실도 꽤 놀라웠는데 나한테 비는 산성비, 화학물질 같은 이미지였기 때문이다. 세상에 불확실한 인상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되는 일이 참 많다. 식물을 들이면 비료를 사고 빗물을 받아서 줘야지.

 

 <크레이지 가드너> 1권에서 게발선인장 이야기가 나와서 나도 게발선인장을 기르고 싶다는 생각이 더 강해졌는데, 지나가듯 이야기를 했더니 누가 새끼 게발선인장을 나눠 주겠다고 해서 올해도 결국 다시 화분을 들일 것 같다. 작년에 죽인 오렌지자스민에게 문득 미안해진다. 이번에는 제발 잘 기를 수 있었으면 좋겠다! <크레이지 가드너> 2권을 보면서 배를 잡고 웃은 장면이 몇 장면 있는데, 여기 찍어 올리기에는 너무 아까워서 이 책을 읽을 사람이 나중에 느낄 즐거움으로 아껴 둔다. 

 

 

 

Posted by 김미류
2022. 3. 31. 22:28

 

 나는 의학 서적을 잘 읽지 않는다. 매번 서평을 이런 문장으로 시작하는 것 같긴 한데 사실이다. 의학 서적을 잘 읽지 않는 이유는 보통 너무 뻔한 이야기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병을 무서워하지 않습니다>를 펼칠 때도 솔직히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결국 이 책은 그럭저럭 재미있게 다 읽었다. 전문적인 내용을 쉽고 공감이 가는 문장들로 설명해 주는 책이었다. 물론 전문적인 의학 지식을 다루는 만큼 읽기에 아주 쉬운 책은 아니지만, 읽어 두어서 나쁠 건 없다고 생각해 열심히 읽었다.

 

 책에는 이미 아는 내용도 있었고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 알게 된 내용도 있었다. 이를테면 한국인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질병 중 하나인 뇌졸중에 대한 정보는 거의 대부분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했다. 뇌졸중은 물론 중대한 병이지만, 뇌졸중 환자 중 대다수는 병을 앓기 전과 같은 상태로 회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저자는 뇌졸중 전문의다). 저자는 한국인들이 뇌졸중을 두려워하는 이유 중에 장애가 생길 수도 있다는 것, 가족들에게 민폐를 끼치게 된다는 것이 있지 않을지 추측한다고 했다. 개인적으로 공감이 가는 부분이었다. 중병을 앓아 목숨을 잃는 것도 물론 두렵지만, 건강하지 못한 채로 오래 살면서 고통을 받고 돈을 쓰는 것 역시 두려우니까. 하지만 저자의 말에 따르면, 본인이 마주치는 뇌졸중 환자들에게 종종 "지금이 최악입니다"라는 말을 한다고 한다. 환자가 의사를 만났을 당시가 최악의 상태고, 적절한 치료와 재활을 병행하면 충분히 회복될 수 있는 병이 뇌졸중이라는 것이다. 뇌졸중 전문의로 살아가다 보면 뇌졸중 발병에 대한 큰 두려움을 품은 환자들을 자주 마주치게 되는 모양이다. 저자는 기본적으로 뇌졸중은 관리할 수 있는 병이고, 발병 이후에도 충분히 일상을 회복할 수 있는 병이라고 하니 그렇게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물론 어느 병이든 걸리지 않는 것이 제일 좋겠지만.

 

 어느 병이든 걸리지 않는 게 제일 좋다. 아마 이 말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책에서 분명히 언급하고 넘어가는 건, 사람이 병에 걸리지 않은 채로 살아가는 건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다. 누구나 크고 작은 병을 앓으며 살아간다. 흔하게 걸리는 감기도 그렇고, 현대인들에게는 더 이상 드문 질병이 아닌 위염과 식도염, 하다못해 안구건조증 같은 병도 병이다. 그렇지만 내가 안구건조증에 걸렸다고 해서 일상을 살아갈 수 없는 건 아니다. 조금 불편하지만 적당히 관리를 하면서 살아가면 일상생활에 큰 문제는 없다. 그래서 이 책은 건강을 관리하는 법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물론 기본적으로는 누구나 알면서 실천하지 않는 부분들이다. 이를테면 규칙적인 운동, 금연, 절주 등이다. 조금 특이한 점은 감기에 걸리지 않는 법에 대해서 아주 자세히 다루고 있다는 것이었다. 감기는 누구나 한 번쯤은 걸리고, 계절이 바뀔 때마다 걸리는 사람도 있는 아주 흔한 질병이다. 사실 가벼운 감기는 학교에 가거나 일을 하는 데 그리 큰 불편을 끼치지도 않는다. 하지만 만약에 아주 중요한 일을 앞두고 감기에 걸린다면 어떨까? 누구나 중요한 시험, 발표, 면접이나 결혼식 같은 자리에서는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싶을 것이다. 이 책에는 '적어도 며칠간은 감기 안 걸리기' 라는 파트가 있다. 그 파트에는 인생의 중대사를 앞두고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감기를 피하는 방법들이 아주 구체적으로 적혀 있었다. 나도 이 정보들이 필요할 때는 한 번 실행에 옮겨 볼 생각이다. 다 적지는 않겠지만 책의 띠지에도 나와 있는 내용 하나만 언급하자면, 깨끗한 손으로 코 속을 닦는 게 감기 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또 책에서는 당연히 영양제와 건강기능식품에 대해서도 다룬다. 결론만 말하자면 크릴오일은 먹지 마라. 먹을 필요가 없으니까. 평소에 제대로 된 식사를 하며 영양소를 섭취하는 건강한 사람이라면 굳이 별도로 영양제를 먹을 필요는 없다. 하지만 다이어트를 한다든지 하는 이유로 영양 상태가 다소 불균형한 상황에서는 오메가3 등의 영양제를 먹는 게 당연히 도움이 된다. 다이어트를 할 때 오메가3를 먹으면 좋다는 말은 내 주변에 있는 다른 사람에게도 들은 이야기였는데, 이 책에 똑같은 말이 실려 있어서 신기했다. 전문가들이 검증(?)한 내용이니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이라면 영양제를 좀 챙겨 먹어도 좋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의료인으로서 가진 책임감이 좋았다.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고, 사람들이 가지는 과도한 공포심을 잠재워 주려고 노력하고, 의사와 약을 믿어야 할 이유에 대해 최선을 다해 설명하려고 한다. 요즘에는 약물에 대한 불신 때문에 약을 먹지 않아 더 심각한 상태에 빠지는 사람들이 많은데 약을 먹는 게 전혀 나쁜 일이 아니라고 여러 번에 걸쳐 강조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물론 사람마다 사정은 있으니 누군가는 의사를 믿지 못할 만한 사정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럼에도 좋은 의사, 믿을 만한 의사는 분명히 많다. '나를 포함해 언론이나 방송에서 떠드는 의사들은 믿지 마라' 라는 문장을 읽으며 저자가 쓴 이 책에 더 신뢰감을 갖게 되었다면 나는 저자의 의도를 거스른 독자일까? 어쨌든 <병을 무서워하지 않습니다>는 일반인이 쉽고 재미있게 읽기 좋은 의학 서적이다. 특히 건강 염려증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아주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다.

Posted by 김미류
2022. 1. 9. 23:59

 

 시집의 후기를 쓸 때마다 고민하는 점이 하나 있다. 시 본문을 후기에 어디까지 써도 좋은가이다. 사실 다른 책 서평을 쓸 때도 똑같이 고민하지만, 내가 정해 둔 기준은 다음과 같다. 소설의 경우에는 서평을 읽는 사람이 흥미를 느낄 만한 정보나 줄거리의 앞부분만을 소개하고, 치명적인 반전이나 결말은 가능한 한 절대 쓰지 않는다. 주제의식이나 내가 느낀 감상에 대해서는 자유롭게 서술하되 내용 본문을 너무 많이 발췌하지 않도록 신경쓴다. 기타 교양서적도 비슷한 기준으로 글을 쓰는데, 후기랍시고 본문 내용을 거의 다 줄줄 적어놓는 건 서평이 아닐뿐더러 원작자의 저작권을 해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집 후기를 쓸 때가 가장 고민이 된다. 좋은 구절을 적어서 이 시인의 매력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시의 경우 소설보다도 내용이 짧기 때문에 너무 많은 부분을 적게 되면 읽는 사람이 굳이 시집을 돈 주고 살 필요가 없다. 이번에 서평을 쓰게 된 책도 시화집이라서 충분한 고민을 한 끝에 글을 쓴다. 일단 이 글에서는 시의 본문을 절대 쓰지 않고 내 감상이나 좋았던 문장 한두 문장 정도만 쓸까 한다.

 

 나태주는 아주아주 유명한 시 '풀꽃'을 쓴 사람이다. 유라는 걸그룹 걸스데이의 멤버였다. <서로 다른 계절의 여행>은 나태주가 시를 쓰고 유라가 그림을 그린 시화집이다. 두 작가의 조합이 특이하기도 하고 작년에 나태주 시인의 책을 읽어 본 적이 있었던 터라 흥미롭게 독서를 시작했다. 

 

 서러운 대로 인생은 아리땁기도 한 것

 

 이 책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문장이었다. 시집을 읽는 걸 좋아하는 이유는 이따금 이런 문장들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내용을 담고 있는 짧은 문장들을 좋아하기 때문에 시집을 읽는다. 하루가 힘들다가도 퇴근하는 길에 날씨가 맑아 하늘이 예쁘면 기분이 좋아지는 게 사람이다. 

 

 네 생각만으로도

 살아야겠다는

 싱그런 결의가 생긴다

 

 문장들을 읽다 보면 내게 이런 감정을 느끼게 하는 사람들에 대해 떠올리게 된다. 나이가 많은 시인이 긴 인생 경험을 바탕으로 좋은 시를 쓴다는 말도 일리가 있고, 젊은 시인이 신선한 발상을 한다는 말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일단 오랫동안 자신과 주변에 대해 차분하게 생각하면서 글을 써 온 사람들의 문장에 깊이가 있는 건 맞다고 생각한다. 나태주의 문장은 그런 문장이다. 깊이가 있고 공감하게 된다. 잔잔하게 위로를 준다. 유라의 그림들 역시 시와 잘 어울려서 두 사람의 조합이 꽤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집을 많이 읽는 사람은 아니지만 일 년에 한 권 정도는 읽곤 하는데, 올해의 시작을 함께하기에 적절한 책이었다. 후루룩 한 번 훑어보았는데 찬찬히 한 번 더 읽어봐도 좋을 것 같다.

 

 

Posted by 김미류
2022. 1. 9. 02:55

 

 나는 작년에 오렌지자스민 하나를 죽였다. 식물을 잘 길러봐야지 하고 선물받아서 집에 온 지 며칠만에 꽃까지 피웠는데, 갑자기 언제부터인가 시들시들해지기 시작했다. 이게 물을 못 먹어서 이런 건지 물을 너무 많이 먹어서 과습으로 이런 건지 도저히 알 방법이 없었다. 이럴 때는 도박을 하는 마음으로 물을 잔뜩 주든지 아니면 물을 주지 않고 놔둬야 하는데, 보통 나 같은 원예 초보자들은 전자를 택한다. 그리고 망한다. 하여튼 오렌지자스민이 죽은 뒤에 죄책감을 느껴서 당분간은 식물을 기르지 않기로 했다.

 

 <크레이지 가드너>는 <극한견주>로 잘 알려진 마일로 작가의 최신작이다. 특유의 유머감각을 곁들이면서도 원예 초보자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조언들이 꽤 구체적으로 실려 있다. 특히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벌레들이 귀엽게 그려져 있다는 점이었다. 진딧물, 응애, 뿌리파리를 그렸는데 현실적으로 그렸다면 거기서 책을 덮었을지도 모르겠다. 마일로 작가 특유의 그림체로 귀엽게 그려져 있어서 거부감이 없었다. 내가 소소하게 식물을 키울 때도 도저히 뿌리파리를 감당할 수가 없어서 식물 갯수를 늘리지 않았었는데, 책을 읽어보니 뿌리파리를 잡기 위해서는 농약을 써야 한다고 한다. 파리 자체는 살충제만 뿌려도 죽지만 파리 애벌레가 식물의 뿌리를 갉아먹는다는 모양이다. 화분 몇 개를 건사하기 위해 농약까지 쳐야 하다니... 하지만 벌레들과 같이 살 자신도 없을뿐더러 뿌리파리가 있으면 식물을 제대로 기를 수가 없다. 식물이 많은 사람들은 해충별로 잘 듣는 살충제와 농약을 구비해 두고 쓰는 것 같았다. 

 

 

 취미로 화분 몇 개 정도 길러본 입장에서 처음 듣는 이야기들이 많아서 신기했다. 같은 식물들도 잎에 흰색이 섞여 있는지 아닌지 여부에 따라 가격과 생육 난이도가 다르다고 한다. 그리고 식물에도 '신상'과 같은 유행이 있고, 수입되는 식물들은 통관 여부에 따라 가격이 오르거나 내리기도 하는 모양이다. 그래서 식물로 재테크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는데, 확실히 플랜테리어가 트렌드긴 하구나 싶었다. 기르기 쉬운 식물들, 특이하게 생긴 식물들, 유행하는 식물들에 대해 재미있게 소개하고 있다. 개그만화처럼 보이지만 작가의 특성상 식물들의 특징을 매우 잘 잡아서 그리기 때문에 그림만 봐도 식물의 실물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예전에 기르던 다육 몇 개는 그래도 몇 년 동안 잘 살아 있었지만 결국 지금까지 살아남지는 못했다. 작년에 오렌지자스민을 죽인 뒤로는 왠지 죄책감도 들고 자신이 없어서 새로운 식물을 집에 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재미있게 만화를 보다 보니 다시 식물을 길러볼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작가가 게발선인장을 키우고 싶은데 조금 촌스러운 이미지인가 고민하는 부분에서 공감이 갔다. 어렸을 때 할머니 집에 가면 커다란 게발선인장이 여러 개 있었는데, 선명한 색의 꽃을 피우던 게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다. 그래서 크고 나서 나도 게발선인장을 길러볼까 잠시 고민하다가 요즘에는 기르는 사람이 적은 것 같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물론 작가의 결론은 본인이 기르고 싶으니 기르겠다는 거였다. 매우 기르기 쉬운 식물이니 식물을 많이 길러 본 적이 없는 초보자들에게 추천한다고 한다. 하지만 아무리 기르기 쉽다는 식물도 죽이는 나에게는 역시 마리모가 딱이라는 생각에 지금은 마리모만 기르고 있다. 이 책에도 마리모와 관련된 에피소드가 하나 실려 있는데, 작가가 과거에 실수로 마리모를 찢어 죽였다는 이야기다. 가짜 마리모가 워낙 많기도 하고 한 달이 넘게 물을 갈아 주지 않았는데도 마리모가 너무 멀쩡해 보여서 반으로 찢어 살펴보다가 쓰레기통에 버렸는데, 다음 날 일어나 보니 마리모가 갈색으로 변해 죽어 있었다고 한다(책에도 언급되지만 사실 찢겨 죽은 건 아니고 말라 죽은 거다). 사실은 나도 내가 기르는 마리모가 가짜가 아닌지 3년 동안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혹시 진짜면 미안하니까 찢어 죽이지는 말고 물을 열심히 갈아줘야겠다.

 

 결국 책을 읽다가 게발선인장이며 리톱스, 칼큘러스 등등 온갖 식물 이름을 인터넷에 검색해서 한참 동안 사진을 봤다. 사진을 보고 있으면 기르고 싶기도 하고, 막상 기르려고 집에 들이면 분갈이며 물주기며 벌레며 머리가 아프기도 하고 그렇다. 겨울이 지나면 새로운 식물을 집에 들이는 걸 진지하게 고려해야겠다. <크레이지 가드너>는 이제 1권이 출간되었는데, 뒷 내용과 이런저런 다른 내용들이 궁금해져서 웹 연재분을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식물 기르는 취미를 갖고 있거나, 갖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싶다. 공감이 가는 부분도 많고 워낙 재미있게 그려져 있어 읽다 보면 웃을 수밖에 없는 책이다.

 

 

Posted by 김미류
2021. 7. 14. 23:02

 

 

 재테크 열풍이 불긴 부나 보다. 나는 평소에 재테크 관련 책을 찾아 읽지는 않는 편이다. 재테크 관련 책을 싫어한다기보다는 일단 금융 관련된 지식이 전무하다 보니 책을 읽어도 잘 이해할 수가 없고, 다음으로는 재테크를 할 돈이 없기 때문이다. 아마 나와 같은 이유로 재테크 서적을 굳이 읽지 않는 사람이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여튼 모처럼 재테크 책을 읽게 된 김에 성의 있게 정독을 했는데, <밍키언니의 돈 계획>은 우선 저자 소개에서부터 눈을 끈다. "사회 초년생 시절, 조기 은퇴를 목표로 월급의 80% 이상을 저축했고 1억 원을 모으기까지 약 4년 반이 걸렸다. 여기서 다시 1억 원을 모으는 데 2년 반이 걸렸고, 이 종잣돈 2억 원을 바탕으로 본격적으로 투자를 시작해 3년 만에 10억 원을 만들었다. 이후 10억 원이 20억 원이 되기까지는 채 2년이 걸리지 않았다." 저자는 현재 재테크 관련 크리에이터 및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돈 모으는 법을 바탕으로 돈을 버는 사람이 된 것이다. 돈 모으는 법에 대한 책을 냈으니 책을 팔아 얻는 수익도 있을 것이다. 완벽히 돈으로 돈을 벌며 살아가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다. 세상에 그런 삶을 동경하지 않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솔직한 감상을 먼저 말하자면, 책에는 우리가 어렵지 않게 생각할 수 있는 내용도 적지 않다. 부자가 되려면 푼돈도 소중하게 생각해야 하고, 습관적으로 절약을 할 줄 알아야 하고……. 뭐 이런 걸 모르는 사람은 없으리라 생각한다. 물론 이 책이 그런 하나마나한 이야기만 하는 책은 아니다. 다만 이 책에서 가장 도움이 될 법한 핵심적인 정보들은 내가 여기다가 쓰면 안 되지 않을까? 그래서 구체적인 조언 내용을 하나하나 적지는 않는다. 이 책은 제목처럼 재테크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는 2~30대를 타겟으로 하고 있다. 기본적인 재테크 용어부터 시작해서 맛을 보고 싶은 사람에게는 입문서로 딱 좋은 책이다. 거치식 투자와 적립식 투자의 차이가 뭔지, CMA란 정확히 뭘 말하는 건지, 펀드의 종류로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뭐 그런 개념들부터 친절하게 설명하고 지나간다. 이 책은 총 6장의 파트로 나뉘어 있는데 앞의 3파트는 대략 마음가짐, 절약하는 습관 기르는 법, 가계부 쓰는 법, 통장 쪼개기 등 돈 관리하는 법을 다루고 있다. 나는 가계부를 꽤 오래 쓴 편인데 사실 쓰기만 하고 특별히 그 내용을 정리하거나 분석한 적은 없었다. 저자는 가계부를 기록장으로만 사용해 봐야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사실 당연한 일이다. 저자가 소개하는 가계부 활용법 중에 가장 간단한 부분만 설명하자면, 절약하기 위해서는 고정지출과 변동지출을 정리해 예산을 짜서 관리하고, 변동지출에서 가장 큰 금액이 나가는 카테고리의 지출을 줄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면 게임에 돈을 많이 쓰는 사람이라면 게임에 쓰는 돈을 줄이고, 군것질을 너무 많이 하는 사람이라면 군것질을 줄이는 식이다. 변동지출을 먼저 관리해야 하는 이유는 고정지출은 사실상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월세가 너무 비싸더라도 집주인이 월세를 깎아 줄 리는 없으니까.

 

 아마 책을 읽는 사람들이 더 궁금해할 법한 내용은 뒤 3파트의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단기 소액 적금에서 시작해서 적금 활용하는 법, 세금 절약하는 법, 보험 잘 고르는 법, 금테크나 P2P, 대망의 주식 투자하는 법에 거쳐 부동산 투자 이야기까지. 부동산 투자 같은 건 나와 너무 거리가 먼 이야기라서 그다지 와 닿지 않았지만 이율이 높은 적금 찾는 법 등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팁이 실려 있어서 재미있게 읽었다. 이율이 높은 적금 찾는 법이 뭔지는 인터넷에 검색하면 나올지도 모르지만 저자에 대한 의리(?)로 당연히 쓰지 않는다. 저자는 2021년 기준 이율 7%짜리 적금을 찾았다고 하니 궁금하신 분은 <밍키언니의 돈 계획>을 찾아주세요. 책 마지막에는 저자가 실제로 재테크 조언을 해 준 사람들의 사례가 실려 있는데, 신혼부부의 경우 무조건 통장을 합치는 쪽이 재테크에는 도움이 된다고 한다. 어느 정도 목돈이 있어야 전세자금대출 등을 받을 수 있으니까 매우 타당한 조언이다. 저자는 신혼부부의 사례를 소개하며 중소기업에 다니는 신혼부부가 현재 활용할 수 있는 전세자금대출의 목록을 나열하는 등 꽤 구체적인 팁을 적는 편이다. 재테크에 막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사람이라면 이 책에서 유용하게 얻어갈 정보가 많으리라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꽤 재미있게 읽었다.

 

 

Posted by 김미류
일상2021. 6. 1. 18:50

 

 

 제목을 유령 골든 햄스터로 바꿔야 하나

 하지만 카사가 유령이 됐는지 아닌지는 모르는 거잖아요? 그냥 쓰던 대로 쓸랍니다. 사진도 그냥 귀여운 걸로 적당히 골랐습니다.

 

 카사가 죽은 지 한 달이 좀 넘게 지났다. 나는 대단하게도 출근도 하고 밥도 잘 먹고 사람들도 만나고 그러면서 지냈다. 그러는 동안에도 어딘가에서 햄스터들은 계속 버려졌고 그 중 늦지 않게 좋은 분들을 만날 수 있었던 햄스터들은 살아남았으며 어떤 햄스터들은 죽었다. 어떤 사람은 털도 나지 않은 아기 햄스터들을 페트병에 넣어서 버렸다. 예전에 미필적 고의라는 개념을 배운 적이 있었다. 미필적 고의란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범죄가 되는? 상황이 발생하리라는 사실을 예견하면서도 그 행위를 강행하는.. 뭐 그런 건데(배운 지 오래돼서 혹시 개념 틀렸을 수 있으니 양해 바랍니다) 예를 들면, 내가 옥상에서 돌을 던지면 누군가가 맞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돌을 던지는 그런 경우가 있겠다. 이 날씨에 젖도 못 뗀 아기 햄스터들을 페트병에 넣어서 버린 행동도 미필적 고의에 해당하나? 잠깐 생각했었다. 그런데 아닌 것 같다. 옥상에서 돌을 던지면 누군가가 맞을 수도 있고 맞지 않을 수도 있지만 젖도 못 뗀 아기 햄스터들을 페트병에 집어넣고 버리면 그 햄스터들은 무조건 죽는다. 그러니까 햄스터를 버린 새끼는 자신의 행동이 생명을 죽이는 거라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사람이 그럴 수 있을까? 나는 잘 모르겠다.

 

 카사가 사용하던 케이지나 용품들은 그대로 내 침대 옆에 쌓여 있다. 절대 버리지는 못할 것 같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 중이다. 옷장 안에 처박힌 리빙박스들을 죄다 카사 집으로 교체하면 내가 이사를 다니는 한 계속 쓰게 되지 않을까? 뭐 그런 생각도 해 보았고, 다른 햄스터를 임보입양하는 일에 대해서도 당연히 생각해 보았다. 하지만 다른 아이를 덜컥 데리고 오는 건 여러 가지 이유로 망설여진다. 먼저 나중에 또 햄스터를 기르게 된다면 카사에게 제공한 것보다 훨씬 좋은 환경을 제공해 주고 싶다. 나는 월세살이를 하는 도시빈민의 형편이고 지금의 장비나 용품 상태는 많이 부족한 느낌이 든다. 다음으로 카사의 빈자리가 너무나도 크게 느껴지는 지금 다른 친구를 데려오는 건 카사에게도 그 친구에게도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노파심에서 말하자면 햄스터가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다른 햄스터를 데려오신 다른 분들에게 적용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순전히 저의 성격, 현재 상황과 심리 상태를 기준으로 하는 이야기이니 오해하지 말아 주세요.) 나는 카사를 완전히 보내지 못했고 매일 밤 잠들기 전에 카사 생각을 한다. 지금도 카사를 생각하면 눈물이 나고 가끔은 감정을 추스르는 일이 힘들다. 물론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사람들은 모두 힘들고 모두 슬프겠지만 나에게 카사를 떠나보낸 고통은 아직까지도 너무나도 생생한 현재의 고통이다. 그 고통을 전혀 극복하지 못한 상태에서 다른 동물을 집에 들이는 건 그리 좋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게다가 다른 친구에게 또 정을 붙이고 살 수 있다고 해도 그 다음에 찾아올 이별은 어떻게 감당해야 할까? 아직은 그 다음을 생각하면 그저 갑갑하기만 하다. 햄스터처럼 수명이 짧은 동물과 계속 함께 산다는 건 즐겁고 행복한 시간과 작별로 인한 고통의 시간이 빠르게 순환한다는 뜻이다. 내가 그 순환을 받아들이고 거기에 익숙해질 때가 오면 다른 햄스터와 함께 살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월세살이 도시빈민으로서의 삶이 끝난다면 방 하나에 단일케이지 하나씩 놓고 임보입양을 하겠지만 말이다...

 

 카사는 나 없이 살 수 없었다. 그야 내가 밥을 주고 물을 주고 집을 치워 주지 않으면 살 수 없었으니까. 하지만 나도 카사 없이는 살 수 없었다. 햄스터가 쳇바퀴 돌리는 소리가 내 수많은 밤을 지켜 주었고 그 작고 따뜻한 온기가 내 마음속에 불을 켜 주었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든 그 사실은 결코 변하지 않을 것이다. 

 

 카사에게 먹이려고 샀던 이유식이나 영양제 같은 물건들은 다른 햄스터들에게 보내기로 했다. 포장해 놨으니까 내일 출근하면서 부쳐야지. 솔직히 말하자면 그것들을 카사가 다 먹지 못하고 갔다는 사실이 한처럼 맺혀 자꾸 고통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헛생각이 들 때마다 부러 카사는 이미 떠났고 한 줌도 안 되는 채로 내 방 책장 위에 올라가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려고 노력한다. 카사는 이미 떠났고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뭔지 계속 생각하고 있다. 나중에 카사를 다시 만날 수 있다면 그 앞에서 떳떳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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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미류
일상2021. 5. 13. 13:38

 

 

 저번 달 말에 카사가 떠났다.

 벌써 2주 가량의 시간이 지났는데도 첫 문장을 쓰자마자 눈물이 솟는다. 글을 써야지 써야지 했는데 좀처럼 제대로 된 상태로 글을 쓸 수가 없었다. 그래도 이 감정들이 날아가서 옅어지기 전에 글을 써 두는 게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짧게나마 써 보려고 한다.

 카사는 다행히 내 휴일 전날 밤에 떠났고 휴일에 무사히 장례를 치러 줄 수 있었다. 수염과 털을 몇 가닥 자르고 이동장에 넣은 뒤 이동장은 내 침대 머리맡에 두었다. 밤새도록 음악을 틀어 주고 시간을 보냈다. 카사는 사람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고 집 밖을 돌아다니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서 케이지에서 꺼내서 시간을 보낸 적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카사가 내 침대에 나와 같이 있다는 사실이 매우 이상하게 느껴졌다. 마지막 날 밤에 카사를 몇 번이고 쓰다듬었다. 다음 날 아침이 되면 화장을 하러 가야 하니까, 내가 좋아했던 쫑긋거리는 귀, 약간 차갑고 촉촉한 느낌이 드는 발, 분홍색 코, 부드러운 털과 작은 꼬리까지 그 모든 게 세상에서 사라지기 전에 충분히 보고 느껴야 했다. 몸은 차가웠지만 당연하게도 털은 부드러웠다.

 현실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아서 온갖 생각을 했다. 이대로 냉동보관해서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 되살릴 수 없을까? 그런 조금 SF 같은 생각부터, 지금 내 머리맡에 있는 카사의 몸은 어제까지와 똑같은데 대체 뭐가 달라져서 이렇게 되어 버린 걸까, 영혼이라는 게 실제로 존재한다면 그 영혼은 지금 어디 있는 걸까, 그런 오컬트 계통(?)의 생각도 했다. 당연하게도 그냥 햄스터랑 같이 죽어버릴까, 뭐 그런 생각도 했다. 하여튼 달이 바뀌었는데도 나는 여전히 살아 있지만 말이다.

 햄스터가 2년 정도 살았다면 제 수명을 채우고 간 거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그래서 최근 몇 달 동안에는 이제 카사가 살 만큼 살았다는 걸 항상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이상하게도 카사는 다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3년을 넘기고, 4년을 넘기고 5년을 넘기고 내가 중년이 되어도 내 방에서 쳇바퀴를 타고, 무슨 마법에라도 걸린 것처럼 하염없이 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기네스북에 오르고 세상에 이런 일이 뭐 그런 프로그램에서 취재를 오고 그럴 수도 있다고. 그 사이에 나는 집을 옮기고 카사 집도 더 크고 넓은 곳으로 옮기고 그럴 수도 있다고 말이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카사가 쓰던 케이지는 아직도 내 방 옷장 옆에 그대로 있다. 물병 하나, 밥그릇 하나도 치우지 않았다. 좀처럼 치울 엄두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카사의 유골함은 며칠 동안 내 침대 머리맡에 두다가 책장 한 칸을 비워 자리를 만들어 주었다. 다 못 먹은 간식과 마지막으로 쓰던 둥지의 베딩을 담아서 옆에 뒀다. 내 책장의 가운데 칸을 내어주는 게 카사한테 아무런 의미가 없는 일이라는 사실을 모르지는 않는다. 이미 카사는 떠났고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내 책장 가운데 칸에 있든 내 침대 머리맡에 있든, 내 서랍 속에 있든 어디 뒷산에 뿌려주든 카사에게는 아무런 상관이 없을 것이다. 영정사진을 두고 유골함을 두고 간식을 놓아주는 건 다 나를 위한 일이다. 카사가 돌아오지 않아도 나는 앞으로 계속 살아가야 하니까.

 

 카사가 살아 있을 때 이따금 터널을 이로 갉곤 했었다. 나는 잠귀가 밝은 편이라 그 소리가 들리면 곧장 잠에서 깼다. 내가 잠에서 깨서 케이지 앞으로 가면 보통 카사는 앞발을 들고 문 쪽을 바라본 채로 서 있었다. 그러면 내가 이름을 불러주고 이런저런 간식을 집어주곤 하는 게 우리 사이의 습관 같은 거였다. 며칠 전 자다가 터널 갉는 소리에 깼다. 마치 용수철이 튕겨 올라가는 것처럼 퍼뜩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당연히 케이지는 내가 내버려 둔 그대로였고 텅 비어 있었다. 시간을 보니 아침 여섯 시였다. 망연자실한 채로 방금까지 꾸던 꿈의 내용을 떠올렸다. 형체 없는 무언가가 내 방에 들어와 여기저기를 걸어다니고 있었다. 책장에 놔둔 카사의 유골함 앞에서 한참을 서성이다 떠났다. 나는 영혼이나 사후세계의 존재를 믿지는 않지만 정말 그런 게 존재한다면 살아 있는 사람들에게 큰 위안이 되겠구나 그런 생각을 했다.

 당분간은 다른 햄스터를 들일 생각이 없다. 먼저 내게는 카사의 빈자리가 너무 크고 그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다른 햄스터를 기르는 건 서로에게 결코 좋지 못한 일이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나중에 다른 햄스터를 기르게 된다면 카사에게 해주지 못했던 더 좋은 것들을 많이 누리게 해 주고 싶기 때문에 그러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기되는 햄스터들에 대한 소식은 계속 이런저런 창구로 접하고 있는데 내가 할 수 있는 한에서 이것저것 열심히 해 보려고 한다.

 

 다행히도 카사는 수많은 사진과 영상으로 남아 있다. 틈만 나면 케이지 앞에 핸드폰을 들이밀고 사진이며 영상을 찍었던 보람이 있는 셈이다. 얼마 전에는 혼자 카사 동영상 상영회를 했다. 영상을 보고 있자니 웃음이 나기도 했고 눈물이 나기도 했다. 작은 쥐 한 마리가 사람의 감정을 이렇게 좌지우지할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하다고 할 수밖에. 카사의 밥과 물을 주고 카사가 잘 자리를 마련해주고 카사가 아프면 병원에 데려가고 카사의 집을 치워준 건 나지만 내가 세상을 살아갈 수 있게 용기를 줬던 건 카사였다. 수많은 무력하고 힘든 밤 그저 작은 쥐 한 마리가 쳇바퀴를 돌리고 밥을 먹고 물을 마시는 모습을 보며 마음을 다잡았다. 내가 이런저런 일을 겪고 짜증나는 세상의 풍파를 정면으로 맞아야 했을 때도 내 방 한쪽에는 언제나 햄스터 케이지가 있었다. 그 케이지를 들여다볼 생각을 하면 세상을 살아갈 마음이 들었다. 이제 카사가 없다고 해도 카사가 만들어 준 그 마음이 아예 사라지는 건 아니다. 나는 주황색 햄스터 한 마리를 만나기 전의 나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고 다른 사람인 채로 앞으로 계속 살아간다. 카사는 나에게 최고의 햄스터였고 완벽한 인생의 동반자였다.

 원래 장례식장 이야기나 뭐 그런 거 쓰려고 했는데 나중에 써야겠다. 카사를 사랑해주신 분들, 카사의 건강을 빌어주신 분들, 카사가 좋은 곳으로 갔기를 기도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합니다. 카사는 떠났지만 카사 이야기를 하고 싶다면 또 글을 쓸게요. 우리 모두 햄스터에게 잘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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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미류
일상2021. 5. 3. 12:35

 

 요즘 프롬 소프트웨어 게임 중 하나인 블러드본을 플레이하고 있다. 나는 다크소울을 1부터 3까지 클리어한 유저인데, PC로도 플레이가 가능한 다크소울 시리즈와 달리 블러드본은 플레이스테이션으로만 플레이가 가능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미뤄 두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우리 집에는 플레이스테이션(이하 플스)이 있지만 지금까지 블러드본을 미룬 데에는 마땅한 이유가 있다. 일단 나는 게임패드 컨트롤을 하지 못한다. 지금까지 PC판을 지원하지 않아 떠나보낸 게임만 해도 셀 수가 없을 정도다. 그리고 플스로 게임을 하려면 거실로 나가야 했다. TV가 거실에만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내 방에도 TV가 있기 때문에 내 침대에 누워서 플스로 게임을 할 수 있다. 하여튼 요즘이 블러드본을 플레이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다. 프롬 게임은 플레이하는 사람을 분노하게 만들기 때문에 게임을 하고 있을 때는 이런저런 잡념이 들지 않는다.

 

 조금 더 긴 글을 쓰려고 했지만 이 글을 쓰는 동안 개스코인 신부의 얼굴이 눈앞에 아른거리니 이만 쓰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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