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toful Boyfriend>를 사 준 사람 : j*****님
(내용 누설이 있으니 주의하세요)
이게 도대체 뭐 하는 게임이지? <Hatoful Boyfriend>는 몇 년 전 비둘기 연애 시뮬레이션, 비연시라는 별칭으로 인터넷 상에서 소소하게 화제가 되었다. 평범한 비주얼 노벨, 그 중에서도 오토메 게임 계열인데... 이 게임이 화제가 된 건 공략 대상인 캐릭터들이 사람이 아니라 비둘기이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비둘기뿐 아니라 다양한 새들이다. 그렇다면 주인공도 비둘기 혹은 다른 새인가? 설정을 간략히 설명하자면, 주인공은 새들만이 다니는 성 피죠네이션 학원이라는 학교의 단 한 명뿐인 인간 학생이다. 플레이어는 이 주인공(디폴트네임 토사카 히요코)이 되어 선생, 선배, 친구, 후배를 막론하고 많은 새들과 감정을 쌓아 나가게 된다. 그와 동시에 어째서 이런 말도 안 되는 세계관이 존재하는지, 왜 이 세계의 새들은 말을 하고 수업을 듣고 육상을 하고 과학 실험을 하는지, 왜 주인공 혼자만이 이 학교에 인간 학생 신분으로 다니고 있는지를 조금씩 알아 가게 된다. 그리고 나는 이 기묘한 게임을 6시간 반 가량 플레이했고 모든 엔딩을 봤다. 스팀 도전과제 100퍼센트 달성도 했다.
출시된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고 한바탕 화제가 되었던 게임이기 때문에 줄거리나 캐릭터 이야기를 해도 괜찮을 것 같다. 공략 대상인 새는 총 교사인 나나키와 이와미네, 선배인 유우야, 동급생인 료우타와 사쿠야, 앙헬, 오코상, 후배인 나게키까지 총 8마리다. 다시 말하자면 이 캐릭터들은 새다. 사실은 인간인데 저주를 받아서 새가 되었다는 설정? 새의 몸을 하고 있지만 인간의 영혼이 들어가 있다는 설정? 그런 건 없다. 진짜 새다.
다만 캐릭터를 소개할 때 한 번씩 의인화된 모습을 표시해 주는 기능이 있다. 나는 왜 이런 기능이 들어가 있나 의아했는데, 의인화된 모습 없이는 캐릭터의 이미지를 상상하기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있어서라고 한다...예외적으로 단 한 마리 오코상만 의인화된 일러스트가 없다. 오코상은 제작자가 실제로 기르던 새를 모델로 삼아 만든 캐릭터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여튼 뭐 대충 이런 식으로 의인화 일러스트가 있다. (이 아래부터는 스토리의 핵심적인 내용과 관련된 이야기를 적을 예정이니 원치 않는 분은 뒤로가기를 눌러주시면 좋겠습니다)
게임을 플레이하다 보면, 이 학교는 물론이고 이 세계 자체의 비밀에 대한 단서들이 조금씩 등장한다. 일단 유저는 게임을 하는 내내 이런 의문을 가질 것이다. 이 새들은 왜 이렇게 똑똑하지? 인간인 주인공과 의사 소통을 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으며, 학습능력이 뛰어난 개체들도 많다. 양호 선생인 이와미네 같은 새는 대놓고 훌륭한 업적을 이룩했다는 서술이 있다. 인간이 보기에는 부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이런 세계가 된 이유를 아주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어느 날 조류를 매개로 하는 질병이 창궐해서 인간이 위협을 느끼게 된다. 인간들은 조류를 멸종시켜 바이러스의 숙주이자 매개체를 없애는 방식으로 그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그래서 비둘기들에게 특정한 약물을 주사하는데, 그 약물이 인간의 의도대로 효능을 발휘하지 않고 도리어 조류의 지능을 이상할 정도로 향상시키고 만다. 그래서 작중에 나오는 새들이 그렇게 똑똑한 것이다...질병으로 인해 인간의 개체수는 크게 줄어들고, 남은 인간과 조류가 공존하는 상황이 된다. 이런 설정의 창작물이라면 당연하게도 다른 종끼리 서로 화합하려는 분파와 다른 종을 적극적으로 배제하려는 분파가 나뉘게 된다. 이 작품에서는 전자의 새들을 비둘기파, 후자의 새들을 매파라고 칭한다. 이 비둘기파와 매파의 대립이 스토리의 아주 핵심적인 부분을 차지한다. 모든 캐릭터들과의 엔딩을 한 번씩 본 후에 해금되는 BBL 루트에 더 자세한 이야기가 드러나 있다. 하여튼 이 새들은 새여야만 하는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주인공이 인간이어야만 하는 이유 역시 본편에 아주 자세히 나온다. 플레이타임이 그리 길지 않으니 흥미가 생긴다면 한 번 해 보는 걸 추천하고 싶다.
사실상 개그 캐릭터인 오코상과 앙헬을 포함해서 모든 캐릭터들이 이 세계의 진상에 얽힌 이야기에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고, 스토리 자체의 완성도도 꽤 높은 편이다. 개그 게임이라고 생각해서 인기를 얻었다가 스토리에 감명을 받은 유저들의 리뷰도 꽤 보인다. 내가 바로 위 문단에 흥미가 생기면 해 보라고 쓰긴 했지만, 사실은 아무에게나 선뜻 권할 만한 게임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평범한 오토메 게임 같은 파트를 지나치고 나면 스토리가 매우 자극적이다. 바로 위에 첨부한 료우타의 대사도 농담이 아니다. 토막살인, 인체개조, 카니발리즘(?)과 같은 요소들이 직접적으로 언급되기 때문에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
하지만 나처럼 비주얼 노벨, 미연시 종류의 게임을 좋아하고 이상한(?) 게임을 좋아한다면 추천할 만하다. 원래 아무도 이상한 게임 매니아로 태어나지는 않는다.. 끊임없이 똥겜과 갓겜들을 딛고 일어나 앞으로 나아가는 삶... 그 전보다 힘차게 달려나가는 것... 그것이 바로 이상한 게임 매니아가 되는 길이다.
덧붙이자면 이 게임과 같이 선물받은 게임 역시 이상한 연애 시뮬레이션으로 추정되는 파카플러스다. 조만간 플레이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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