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의미로 이런 제목을 썼을까, 생각하게 되는 책이다. '이렇게 될 줄 몰랐다'라는 말은 부정적인 의미로도 많이 쓰이는데, 표지의 일러스트 속 가족의 모습은 행복해 보이니까. <이렇게 될 줄 몰랐습니다>는 저자인 '재수'와 저자의 아내인 '대장님', 두 사람과 세 고양이가 모여 만든 한 가족의 이야기다. SNS를 많이 하는 사람이라면 저자의 그림을 한 번 정도는 볼 일이 있었을 것이다(나도 본 적 있다). 저자 부부의 첫 만남부터, 서로를 사랑하며 더 좋은 사람이 되어 가는 두 사람의 모습, 고양이들과의 일상 이야기까지 빠뜨릴 내용 없이 재미있다. 에세이 형식의 글과 만화가 번갈아 가며 실려 있어 책장이 술술 넘어간다. 만화 장면을 찍어 올리지는 않을 생각이지만, 이 책의 주제를 관통하는 대사는 서평에 꼭 싣고 싶었다.
"이렇게 마냥 행복해도 되는 걸까?"
"그러려고 결혼했는데?"
혼자서 잘 살 수 있는 사람이 연애도 결혼생활도 잘 할 수 있다는 말은 맞는 말이다. 하지만 완벽하지 않은 개인들이 만나 서로를 더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는 있지 않을까. 많은 이들이 내 삶을 행복으로 이끌어 줄 누군가를 찾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저자 부부는 그렇게 만났다. 서로의 다른 점을 알아가며 받아들이고, 상대방을 더 좋은 사람으로 만들어 줄 수 있는 관계라니. 사랑하는 사람의 자존감을 올려 주기 위해 이유가 명확한 칭찬을 자주 함으로써 빛을 비춰 주었다는 '대장님'의 말이 마음 깊이 날아와 닿았다. 그런 가족이 있다면 일상의 시련들을 힘차게 이겨 나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대장님'은 꾸밈 없이 솔직하고 직설적인 성격이라고 한다. 처음에 저자는 그런 솔직함 때문에 상처를 받거나 마음앓이를 하기도 했다는 모양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아내는 사람을 상대하는 태도가 건강하고 정직한 태도라는 사실을 깨달았고, 이내 거기에 익숙해졌다는 내용이 있었다. 그 부분을 읽으면서 조금 부러웠다. 있는 그대로를 꾸미지 않고 건강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도, 상대방의 정직함을 믿기 때문에 상처 받지 않을 수 있는 사람도.
읽다 보면 왠지 마음이 찡해지는 이야기도, 웃음을 터뜨리며 볼 수 있는 이야기도 있다. 자리 잡고 앉아 한 번에 훌훌 읽어 버리기에도, 자투리 시간에 가벼운 마음으로 집어들어 몇 장 읽고 아껴 두기에도 좋은 책이다. 개인적으로 일상의 소중함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들은 아무리 읽어도 질리지 않는다. 아마 그 책들을 만든 이들 각각의 일상이 비슷하면서도 조금씩은 다 다르기 때문이겠지. 이 책의 193페이지에는 '꽃밭을 일구는 사람'이라는 글이 있다. 누군가가 향유하는 모든 것들이 그 사람의 꽃밭이라는 말이 좋았다. 다른 사람의 '덕질'을 쓸모 없다거나 한심하다고 쉽게 말하는 이들을 자주 만난다. 무언가를 사랑하기를 멈추지 않고 자신만의 꽃밭을 가꾸는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나는 내 꽃밭에 이 책 한 권을 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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