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언니처럼 살기 싫은데>에는 결혼을 했지만 아이를 낳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세미', 결혼해서 이미 두 아이의 엄마가 된 세미의 사촌 언니 '혜림' 이렇게 두 여자가 등장한다. 저자의 이름을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세미'는 가끔 '혜림'과의 대화로 등장할 뿐 책을 이끌어 가는 중심 인물은 사실상 저자인 혜림이다.
다행히 지금은 두 아이를 키우면서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저자에게도 당연히 힘든 시기가 있었다. 이혼을 경험하기도 했고, 자신의 일을 시작하려는 타이밍에 둘째가 생기기도 했다. 임신과 출산, 육아 과정에서 미처 몰랐던 사실들에 당황하기도 하고 힘들어하기도 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고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하면서 저자는 결혼을 하고 싶지 않아하거나, 아이를 낳기 두려워하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으로 보인다. 저자는 아이를 낳는 게 힘들었지만 가능하다면 아이를 더 낳고 싶다고 말하고, 경력단절을 경험했지만 전업주부로 사는 것에도 나름의 장점이 있다고 말한다. 긍정적인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비혼이나 비출산을 결심한 여성들은 전업주부로서의 삶에 나름의 장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임신이나 출산,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 자체를 경험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저자가 대변할 수 없는 삶을 살아가는 여성들이 지나치게 많다고 느껴졌고, 그 점은 조금 아쉬웠다. 물론 저자가 다른 여성들에게 결혼이나 출산을 강요하는 것은 절대 아니고, 저자는 오히려 '세상에 예쁘지 않은 색은 없다'같은 말로 모든 사람의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는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고 있다.
'난 언니처럼 살기 싫은데'는 결혼과 임신, 출산, 육아(혹은 그 중 일부)를 선택하고 싶지 않은 여성들이 하는 말이다. 누구에게? 결혼해서 아이를 낳아 키우고 사는 여성들에게. 여성들이 비혼이나 비출산을 결심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정말 자신이 그런 일들을 원치 않는 여성들도 분명 많겠지만,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아 키우고 싶음에도 열악한 사회 분위기나 주변 환경 때문에 용기가 나지 않는 여성들도 있을 것이다. <난 언니처럼 살기 싫은데>는 후자와 같은 여성들에게 어느 정도 힘을 줄 수 있을 법한 책이다. 모든 선택에는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어떤 여성이 결혼이나 출산을 선택했을 때 그럴 이유가 있었던 것처럼, 결혼이나 출산을 선택하지 않는 여성도 그럴 이유가 있는 것이다. 이 책은 결혼이나 출산을 선택하지 않을 여성들을 존중하지만, 그런 여성들에게 너무 두려워하지는 말라고 말한다. 많은 여성들이 자신과 다른 선택을 한 여성들을 존중하고 응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더 많은 여성들이 진심으로 자기가 원하는 삶을 선택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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