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는 아무리 공부해도 매일 제자리걸음을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학교에서도 배우고, 따로 시험 공부를 하고, 인터넷 강의를 듣고 전화 영어를 하고 수많은 책을 봐도 좀처럼 나아지는 것 같지가 않다. 수많은 영어 교육자들은 말한다. 영어가 늘지 않는 이유는 올바른 방법으로 공부하지 않아서, 아니면 꾸준히 공부하지 않아서라고. 꾸준히 공부하지 않아서라는 건 그렇다 치고, 그럼 도대체 올바른 방법이라는 건 뭘까? 꼭 영어뿐 아니라 모든 외국어를 공부할 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원칙이 있다. 기초를 탄탄하게 공부해야 한다는 것. 경험상 외국어는 처음에 재미있게 배우다가도 언젠가부터 단어를 익히는 데 게을러지기 쉽다. 특히 완전히 초보 단계를 벗어난 이후에는 아는 단어의 풀을 늘리거나 기초 문법을 탄탄하게 하는 데 관심을 갖기가 쉽지 않다.
피유진의 <나 혼자만 알고 싶은 영어책>은 초보자를 위한 책이다. 책 맨 앞 부분을 보면, '영포자' 혹은 '자녀들과 함께 영어를 공부하시는 초보자 분들' 혹은 '가장 쉬운 영문법 책을 찾는 분들'이 이 책의 예상 독자라고 한다. 나는 영어 단어나 영문법을 아예 모를 정도의 '영포자'는 아니지만, 가장 쉬운 영문법 책을 읽으면서 다시 기초를 다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그림과 함께 나와 있는 단어를 자신이 영어로 말할 수 있는지를 먼저 테스트해 보도록 되어 있는 점이 흥미로웠다. 처음에는 '겨울', '휴일', 혹은 '주말'과 같은 쉬운 단어들이 나오지만, 몇 장만 넘겨 보면 '배심원단'이나 '노동조합'같은 단어들이 나온다. 영어를 어느 정도 공부했지만 아는 단어가 많이 없는 사람들이 단어를 잡기에도 꽤 좋은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단어만 외우다가 끝나는 책은 당연히 아니고, 뒤쪽에서는 관사나 전치사와 관련된 가벼운 문법들 역시 다루고 있다.
<나 혼자만 알고 싶은 영어책>에서 중요한 포인트는 파트마다 해당 파트를 공부하는 방법이 나와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명사 편을 공부하기 위해서는, 위의 그림과 한글을 보고 자신이 해당 영단어를 아는지 테스트해 보고, 단어를 확인하고 적은 후 발음을 외워 보고, 해당 페이지를 완벽히 암기하는 식이다. 게다가 파트의 중간중간마다 QnA가 끼워져 있어 영어 공부를 하며 드는 여러 가지 의문점들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 발음 공부를 꼭 해야 하는지에 대한 저자의 의견 등도 나와 있어, 참고가 된다.
영어에 어느 정도 익숙하고, 기본적인 단어나 문법을 전부 숙지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굳이 이 책을 읽을 필요는 없다. 하지만 사실 그런 사람보다 그렇지 않은 사람이 훨씬 많다. 이 책에는 단어가 그림으로 그려져 있어 어린이나 영어에 거부감이 심한 사람들도 비교적 쉽게 단어에 접근해볼 수 있다. 또한 가장 쉬운 말로 아주 기본적인 문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어서 영문법을 아예 모르는 사람들이 처음 공부하기에는 확실히 편하다고 생각된다. 영어 공부를 시작하고 싶지만 혼자서는 공부할 자신이 없다면 이 책의 도움을 받아 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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