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7. 27. 03:03

 

 <교토의 디테일>은 여행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지만 아주 본격적인 여행 가이드북은 아니다. 그럼에도 내가 만약 교토로 다시 여행을 떠나게 된다면 나는 이 책을 챙겨 가고 싶다. 이 책은 제목처럼 저자가 교토에서 주목한 크고 작은 디테일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디테일이라는 개념이 처음에는 그리 잘 와 닿지 않을 수도 있는데, 세심한 아이디어라고 쉽게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책 초반부에는 간사이 공항의 우산 제공 서비스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우산 제공 서비스란 공항 안에서 주인이 없이 버려진 우산들을 회수해서, 그 중 사용할 수 있을 만큼 멀쩡한 우산들을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비치해 두는 정책을 말한다. 여행지에서 비나 눈이 오면 우산을 사기가 영 번거롭다. 여행객들은 우산을 사더라도 잠깐 쓰고 공항에서 버리고 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공항에 버려진 우산들 중에는 멀쩡한 우산이 꽤 많다. 책을 읽으며 이런 정책을 다른 공항에서도 도입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토 여행을 다녀온 게 오래 전인데도 책을 읽다 보니 내가 다녔던 장소들과 그에 연관된 추억들이 떠올라 신기했다. 저자는 기요미즈데라와 긴카쿠지를 언급하며 그 관광지들의 특색 있는 입장권에도 주목한다. 긴카쿠지의 입장권을 받았을 때 부적처럼 생긴 모습이 신기했던 기억이 난다. 기요미즈데라까지 올라가는 길은 그 길 자체만으로 관광지가 될 정도로 교토 특유의 풍경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그 길가에 있는 커피 트럭 중 하나는 교토의 랜드마크 모양들을 쿠키 모양으로 만들어 음료 위에 꽂아 준다고 한다. 긴카쿠지로 연결되는 철학의 길 역시 많은 관광객들이 걸어 보는 명소다. 그 길에는 '스즈키 쇼후도'라는 일본 전통종이 공예품 가게가 있다. 전통종이는 물론이고, 전통종이로 만든 온갖 다양한 상품들을 판매한다. 교토를 방문하는 관광객이라면 일본 전통 문화에 관심을 가진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전통종이는 일본 문화의 특색을 담고 있으면서도, 부피가 작고 망가질 가능성이 낮아 기념품으로 안성맞춤이다. 교토의 관광지에 잘 어울리는 가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교토에 방문했을 때 이런 가게를 찾을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었다. 

 

 다양한 문구나 기발한 아이디어 상품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으며 정신없이 메모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수백 가지 털실과 뜨개질 키트를 판매하는 로컬 실 브랜드 '아브릴', 직원들이 손글씨로 직접 상품들을 큐레이션해 놓은 소품샵 '네오 마트', 한국에도 많은 매장이 있어 이제는 한국인들에게도 익숙한 '무인양품', 온갖 물건들이 있는 잡화점 '로프트', 각각의 제품 옆에 그 제품과 관련된 책을 놓아 둔 선물 가게 '투데이 이즈 스페셜' 등 물건을 구경하는 걸 취미로 삼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꼭 방문해 보고 싶은 가게들을 잔뜩 소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인상깊었던 점은 로프트에서 우산 판매 코너에 저울을 두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위에서도 말했듯 우산은 짐이 되기도 하기 때문에, 우산의 무게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들도 당연히 많다. 그래서 우산의 무게를 재 보고 비교할 수 있도록 저울을 두었다는 모양이다. 이런 가게들을 방문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것저것 살펴보게 된다. 나중에 교토에 가게 된다면 방문하고 싶은 마음에 가게 이름들을 잘 적어 두었다.

 

 <교토의 디테일>에서는 교토의 숙소, 방문해 볼 만한 카페나 식당에 대해서도 소개하고 있다. 저자가 그 장소들을 방문하거나 이용했을 때 발견하고 느낀 점들을 세심하게 정리해 두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저자는 단순히 여행을 즐기는 것을 넘어서 여행지에서도 공부를 한 것이다. 저자가 공부 노트를 쓰는 대략적인 요령은 책에 정리되어 있는데, 그 내용은 서평에 쓰지 않는 쪽이 좋을 것 같아 쓰지 않는다. 저자의 기록물을 보고 나니 저자의 다른 저서인 <도쿄의 디테일>도 읽어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교토 여행을 떠나고 싶은 사람은 물론이고, 마케터로서 자신만의 공부를 하고 싶은 사람에게도 도움이 될 만한 책이다. 

Posted by 김미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