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6. 23. 14:32

 

 글 쓰는 걸 싫어하거나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모두가 작가가 될 필요도 없고, 모두가 글을 잘 쓸 필요도 없다. 일기를 쓰며 오늘 있었던 일을 돌아본다거나, 읽은 책에 대해 간단하게 기록한다거나, 친구에게 편지를 쓰는 것과 같은 일들은 그리 어렵지 않으면서도 만족감과 성취감을 가져다 준다. 그리 흔하게 일어나는 일은 아니지만, 그렇게 모인 기록들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다. 어떤 사람들이 글쓰기라는 행동 자체에 거부감을 느끼는 이유는 다양할 것이다. 일단 습관이 되지 않아서일 수도 있고, 잘 써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영근 샘의 글쓰기 수업>은 실제 초등학교 교사인 저자가 학생들에게 쉽고 재미있게 글 쓰는 법을 가르치는 방법들이 담긴 책이다. 자신의 생각과 일상을 글로 옮기는 습관이 든 학생들은 앞으로도 자연스럽게 글을 쓸 수 있을 것이다. 

 

 일기 쓰기에 대한 발췌문은 여기에 공유하고 싶다. 이하는 윤태규, <일기 쓰기 어떻게 시작할까?>에서 저자가 발췌한, '일기 쓰기가 실패하는 이유'들이다.

 1. 특별한 일을 쓰라고 하기 때문에

 2. 글쓰기나 국어 공부를 시키려고 하기 때문에

 3. 길게 쓰라고 하기 때문에

 4. 잠자기 바로 전에 쓰기 때문에

 5. 반성하는 일기를 쓰라고 하기 때문에

 6. 사실만 쓰지 말고 생각이나 느낌을 많이 쓰라고 하기 때문에

 7. 일기장에 있는 잡다한 틀 때문에

 8. 일기 검사 때문에

 9. 숙제로 쓰기 때문에

 10. 대신 써 주기 때문에

 11. 그림일기로 시작하기 때문에

 12. 어른들이 일기 쓰는 모습을 보여 주지 않기 때문에

 

 지금의 성인들이 글 쓰기에 대한 기억을 되새길 때 빠뜨릴 수 없는 게 바로 일기 쓰기다. 나 같은 경우에도 일기를 매일 써서 담임 선생님께 검사를 받아야 했다. 방학 숙제로도 일기를 써야 했는데, 방학 내내 놀면서 일기 쓰기를 미루다 보면 방학이 끝나기 며칠 전에 밀린 일기장이 나를 기다렸다. 내용은 지어 내거나 어떻게든 기억을 떠올려 쓴다고 해도 날씨 칸은 대체 어떻게 하면 좋단 말인가. 나는 글 쓰는 걸 싫어하지는 않지만 당시에 일기를 쓰는 건 꽤 괴로운 기억이었다. 그래서 이 책에서 일기 쓰기에 대한 내용이 가장 궁금했다. 저자는 학생들에게 일기 쓰기를 어떻게 가르치고 있을까? 우선 저자는 일기 쓰기 교육이 학생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것이 아닌지에 대한 고민을 꺼내 놓으며 시작한다. 일기 쓰기 교육은 필요하지만, 학생들의 인권을 침해하지 않기 위해 교육자가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의 경우 일기를 검사하면서 학생들이 보여 주기 싫어서 접어 두거나 별 표를 친 부분은 읽지 않는다고 한다. 확실히 선생님이 일기를 읽어 본다는 생각을 하면 쓸 수 없는 내용들이 있을 것이다. 그런 내용들은 접어 놓으면 선생님이 읽지 않을 거라는 믿음을 갖게 하는 것도 저자의 능력이다. 또, 일기에서 맞춤법이나 틀린 단어를 하나하나 지적하지 않는다는 말도 인상적이었다. 어린이들이 틀린 말을 쓰고 지적받는 걸 두려워하게 되면 일기 쓰기를 싫어하게 되기 때문이다. 

 

 책에는 저자의 반에서 매일 아침에 하는 '글똥누기'를 비롯해 일기, 서사문, 설명문, 보고서, 독서감상문, 논설문 등 다양한 글 쓰기를 가르치는 법에 대해 자세하게 나와 있다. 학생들과 발표 수업을 진행할 때 유의할 점, 독서 토론을 하는 법 등 교사들에게 피와 살이 될 만한 정보들이 가득하다. 내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 이런 선생님께 글 쓰기를 배울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이들에게 글 쓰기를 가르치고 싶은 사람, 어린이들과 함께 편안하게 글을 써 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에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Posted by 김미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