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이라는 의제에 모두가 흔들리고 있다. 지난 제20대 대통령 선거 역시 부동산이라는 파도가 가른 선거라는 게 중론이다. 모두가 부동산을 이야기한다. 예측하고, 평가하고, 낙관하거나 비관하고, 남을 조롱하거나 질투하기도 한다. 나 개인적으로는 실거주용 집을 살 일도 없을 것 같은데 시세 차익을 노리는 부동산 재테크에 관심이 있을 리가 없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주제에 대해 어느 정도 알아보는 게 의미가 없는 일이라고는 할 수 없겠다. 이광수의 <집이 온다> 는 앞으로의 부동산 시장을 예측하고 분석하여, 성공적인 타이밍에 부동산을 구매하기 위한 방법을 말하는 책이다. 저자 말마따나 '진짜 기회'를 알려 주는 책이라고 하니 부동산 투자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읽어 봐도 좋을 듯싶다.
그래서 부동산 시장은 어떻게 되는가? 집값은 언제까지 떨어지고 언제 오르는가? 언제 집을 사야 하는가? 이런 질문들에 대한 대답을 다 여기에 써 버리면 아무 의미가 없을 것 같아서, 나는 비교적 원론적인 이야기 중심으로 서평을 쓰고자 한다.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요약하자면 규제 완화, 세금 인하, 대출 확대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 후보일 당시, 이러한 부동산 정책으로 인해 수혜를 입기 쉬운 지역에서 윤석열 후보가 많은 표를 가져갔다. 서울에서는 강남 3구라고 불리는 강남, 서초, 송파구, 그리고 용산구 등이 윤석열 후보의 지지세가 강했던 지역이다. 저 지역에서 윤석열 후보를 지지했던 사람들은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 가치를 지키기 위해, 그리고 규제 완화와 세금 인하를 통해 이득을 보기 위해 투표한 것이다. 반면 이재명 후보에게 투표했던 사람들은 대부분 부동산 개혁을 원했을 것이라고 본다. 당장 내 집값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부동산 시장을 개혁하고 장기적으로 미래 세대가 좀 더 안정적으로 살 수 있기를 바랐으리라는 것이다. 대통령 선거에서 그 두 가지 욕망이 크게 충돌했고, 윤석열 후보는 자신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욕망을 제대로 대변한 반면 이재명 후보는 그러지 못했다는 것이 저자의 분석이다.
저자는 부동산 시장에서 큰 실패를 겪지 않으려면 인지 편향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인지 편향이란 '경험에 의한 주관적이고 비논리적인 추론으로 인해 잘못된 의사 판단을 내리는 것' 이다. 인지 편향의 예시로는 낙관주의 편향이 있는데, 자신에게는 긍정적인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는 편향을 말한다. 우리가 잘 아는 도박사의 오류, 확률적으로 연관성이 없는 사건을 연관시켜 범하는 오류 역시 인지 편향의 일종이다. 많은 사람들은 이번에는 손해를 보았으니 다음에는 이득을 볼 차례라는 착각을 하지만, 이번에 일어난 사건은 이미 일어난 것이고 다음에 일어난 사건은 그것과 독립적으로 발생하는 사건이다. 이런저런 예시가 실려 있으니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저자는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이 부동산 시장의 본질에 대해 고민해 보았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단순히 시세 차익을 통한 투기를 하고 싶고, 부동산 투자를 통해 큰 이득을 보고 싶은 사람들만을 타겟으로 한 책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핵심적인 내용은 적지 않았지만 대략적인 내용만으로도 저자의 태도나 저자가 하려는 이야기를 추측해 보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고 생각한다. 부동산 문제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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