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6. 6. 23:18

 

 부동산이라는 의제에 모두가 흔들리고 있다. 지난 제20대 대통령 선거 역시 부동산이라는 파도가 가른 선거라는 게 중론이다. 모두가 부동산을 이야기한다. 예측하고, 평가하고, 낙관하거나 비관하고, 남을 조롱하거나 질투하기도 한다. 나 개인적으로는 실거주용 집을 살 일도 없을 것 같은데 시세 차익을 노리는 부동산 재테크에 관심이 있을 리가 없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주제에 대해 어느 정도 알아보는 게 의미가 없는 일이라고는 할 수 없겠다. 이광수의 <집이 온다> 는 앞으로의 부동산 시장을 예측하고 분석하여, 성공적인 타이밍에 부동산을 구매하기 위한 방법을 말하는 책이다. 저자 말마따나 '진짜 기회'를 알려 주는 책이라고 하니 부동산 투자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읽어 봐도 좋을 듯싶다.

 

 그래서 부동산 시장은 어떻게 되는가? 집값은 언제까지 떨어지고 언제 오르는가? 언제 집을 사야 하는가? 이런 질문들에 대한 대답을 다 여기에 써 버리면 아무 의미가 없을 것 같아서, 나는 비교적 원론적인 이야기 중심으로 서평을 쓰고자 한다.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요약하자면 규제 완화, 세금 인하, 대출 확대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 후보일 당시, 이러한 부동산 정책으로 인해 수혜를 입기 쉬운 지역에서 윤석열 후보가 많은 표를 가져갔다. 서울에서는 강남 3구라고 불리는 강남, 서초, 송파구, 그리고 용산구 등이 윤석열 후보의 지지세가 강했던 지역이다. 저 지역에서 윤석열 후보를 지지했던 사람들은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 가치를 지키기 위해, 그리고 규제 완화와 세금 인하를 통해 이득을 보기 위해 투표한 것이다. 반면 이재명 후보에게 투표했던 사람들은 대부분 부동산 개혁을 원했을 것이라고 본다. 당장 내 집값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부동산 시장을 개혁하고 장기적으로 미래 세대가 좀 더 안정적으로 살 수 있기를 바랐으리라는 것이다. 대통령 선거에서 그 두 가지 욕망이 크게 충돌했고, 윤석열 후보는 자신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욕망을 제대로 대변한 반면 이재명 후보는 그러지 못했다는 것이 저자의 분석이다.

 

 저자는 부동산 시장에서 큰 실패를 겪지 않으려면 인지 편향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인지 편향이란 '경험에 의한 주관적이고 비논리적인 추론으로 인해 잘못된 의사 판단을 내리는 것' 이다. 인지 편향의 예시로는 낙관주의 편향이 있는데, 자신에게는 긍정적인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는 편향을 말한다. 우리가 잘 아는 도박사의 오류, 확률적으로 연관성이 없는 사건을 연관시켜 범하는 오류 역시 인지 편향의 일종이다. 많은 사람들은 이번에는 손해를 보았으니 다음에는 이득을 볼 차례라는 착각을 하지만, 이번에 일어난 사건은 이미 일어난 것이고 다음에 일어난 사건은 그것과 독립적으로 발생하는 사건이다. 이런저런 예시가 실려 있으니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저자는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이 부동산 시장의 본질에 대해 고민해 보았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단순히 시세 차익을 통한 투기를 하고 싶고, 부동산 투자를 통해 큰 이득을 보고 싶은 사람들만을 타겟으로 한 책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핵심적인 내용은 적지 않았지만 대략적인 내용만으로도 저자의 태도나 저자가 하려는 이야기를 추측해 보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고 생각한다. 부동산 문제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Posted by 김미류
2022. 5. 1. 23:02

 

 <초가속 : 파괴적 승자들>은 '속도의 경제'라는 개념을 다루는 디지털 경제학 서적이다. 가장 빠른 속도로 아이디어를 선점하여 새로운 변화를 이끄는 이가 승자가 되는 시대가 왔다. 초가속이란 빠르게 속도를 올려서, 뒤처지지 않도록 계속해서 변화해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저자는 그러한 시대의 승자들을 파괴자라고 부르는데, 기존의 루틴을 파괴하여 변화를 선도한다는 의미로 그런 호칭을 쓰는 것으로 보인다. 이 책에서는 그러한 파괴자들이 누구고, 또 어떤 식으로 기존의 업계를 파괴하며 새로운 트렌드를 이끌었는지, 디지털 경제를 이끄는 6가지 파괴적 물결은 각각 무엇인지, 그리고 이러한 시대에 개인과 기업이 어떻게 변화에 적응해야 하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테슬라, 아마존, 스타벅스, 나이키 등과 같이 많은 사람들이 잘 아는 구체적인 예시를 들어 설명하고 있어 읽기 그리 부담스럽지는 않은 편이다.

 

 요즘은 OTT 서비스의 시대다. 애플이나 디즈니까지 여기에 뛰어들면서 이제 도대체 몇 가지를 구독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투정을 부리는 사람들도 많다. 당연한 일이다. 내가 당장 떠올릴 수 있는 서비스만 해도 몇 가지인지 모르겠다. 그리고 넷플릭스가 OTT 서비스의 선두주자라는 걸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 넷플릭스의 등장은 정말 충격적이었는데, 내가 보고 싶은 컨텐츠를 하나하나 찾아다니지 않고 한 군데에서 모아서 볼 수 있다니. 결제도 하나하나 할 필요 없이 구독만 걸어 두면 매달 자동으로 돈이 빠져나간다. 솔직히 말하자면 넷플릭스에서 보고 싶은 컨텐츠를 한 군데서 볼 수 있다는 장점은 많이 퇴색된 상태라고 생각한다. 이런저런 플랫폼에서 추가적으로 OTT 서비스를 시작하기도 했고, 그로 인해 넷플릭스에서 빠져 버린 컨텐츠가 상당히 많으니까. 하지만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컨텐츠를 제작함으로써 단지 OTT 플랫폼에 머물러 있지 않기를 선택했다.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한국 드라마인 <오징어 게임> 역시 넷플릭스가 투자해 제작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컨텐츠다.

 

 책에 소개된 예시 중에 신기했던 걸 하나만 꼽자면 역시 바이두의 안면인식 기술이라고 하겠다. 바이두의 안면인식 기술은 ATM에서 얼굴 인식으로 현금을 출력할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그 정도로 정교하게 만들어져 있을까 싶어 걱정스럽지만 그 정도로 정교하게 만들어져 있으니까 상용화가 되었겠지 생각이 든다. 최근에는 고객이 패스트푸드점 문 안으로 들어서면 고객의 외모, 인상착의를 통해 나이와 성별을 추론해서 메뉴를 추천하는 서비스도 도입되었다고 한다. 두 번 이상 방문한 고객의 얼굴은 키오스크가 기억하도록 되어 있어서, 이전에 주문했던 음식이나 좋아할 것 같은 메뉴를 추천해 준다고 한다. 정말 신기하긴 한데 왠지 좀 무섭기도 하다. 내가 언제 KFC를 방문했는지 기계가 다 알고 있다니. SF 소설에서나 읽었던 일들이 현실에서도 가능해졌다는 느낌이 든다. 

 

 저자는 디지털 경제를 이끄는 6가지 파괴적 물결을 각각 비대면화, 탈경계화, 초맞춤화, 서비스화, 실시간화, 초실감화라고 소개한다. 보기만 해도 어떤 개념인지 대강 이해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고, 책으로 직접 읽어 보는 게 더 좋으니 구체적인 설명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초실감화 파트에 읽으면서 흥미로웠던 부분이 하나 있었다. 일본에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마치 오프라인처럼 안경을 써 볼 수 있는 서비스가 있다고 한다. 얼굴형이나 헤어스타일에 맞춰 어울리는 안경테를 소개해 주기 때문에 실제로 가게에 방문하지 않아도 비교적 편하게 안경을 구입할 수 있는 모양이다. 국내에도 비슷한 서비스가 도입되었으면 좋겠다! 이미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 밖에도 온라인 여행과 같은 서비스도 소개되어 있었는데, 솔직히 온라인으로 이용하면 좋은 서비스들이 참 많지만 여행은 그냥 직접 가는 쪽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초가속의 시대에서는 모든 정보와 데이터들이 넘쳐나고, 그렇기 때문에 그 중에 나에게 필요하고 유효한 정보가 무엇인지 찾는 게 중요하다. 이렇게 모든 게 빠르게 흘러가는 시대에는 자신에게 필요한 데이터를 찾고, 그 데이터의 맥락을 이해하여 활용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또 저자는 협업 능력을 강조하는데,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기술, 로봇, 사물 등 함께 일하는 업무 환경에서 상호작용하는 모든 대상과 협력할 수 있어야 한다." 새삼 의사 소통의 중요성이 더 강해지는 시대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통의 대상이 인간으로 한정되지 않을 뿐이다. <초가속 : 파괴적 승자들>은 디지털 경제에 대해 비교적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Posted by 김미류
2022. 4. 29. 23:04

 

 모든 취미에는 권태기가 오기 마련이다. 하루하루 즐겁고 재미있던 일들도 어느 날 문득 귀찮고 지겨워진다. 그 시기를 잘 극복하면 그 취미는 계속되는 거고, 그 시기를 극복하지 못하면 취미를 접게 된다. 문제는 그 취미가 동물이나 식물처럼 살아 있는 생명과 관련되어 있을 경우에는 질린다고 던져 버릴 수 없다는 것이다. 물고기 돌보는 게 예전처럼 즐겁지 않고 물고기 밥을 안 주고 물을 안 갈아 주면 안 되니까. 내가 마음 같아서는 식물을 마구 들이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다. 순간 충동에 휩쓸려서 마구 일을 벌였다가 나중에 책임지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걱정스럽기 때문이다. 가드너들은 식물 돌보는 취미에 오는 권태기를 '식태기'라고 부른다고 한다. 식덕질에 푹 빠져 식물 만화를 그리고 2권까지 출판을 하게 된 마일로 작가조차 식태기를 피해 갈 수는 없는 모양이다. 다른 취미와 비슷하게 식태기가 오는 건 보통 가드닝이 잘 풀리지 않을 때다. 

 

 중요한 건 식태기가 아니라, 어떨 때 가드닝이 잘 풀리지 않는가이다. 식물에 벌레가 꼬이거나, 겨울에 너무 춥거나 여름에 장마가 지속되면서 식물들의 상태가 좋지 않아지거나, 식물들이 곰팡이병 등 병에 걸리면 가드닝이 힘들어진다. 한국은 계절별로 기온이나 습도 편차가 커서 식물들도 당연히 계절을 타게 된다고 한다. 물론 갖가지 장비들로 환경을 맞춰 줄 수는 있지만, 그게 어려운 상황이라면 상대적으로 적응력이 뛰어나고 강인한 식물을 골라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다면 초보자가 기르기 쉬운 강인한 식물은 뭘까? 정보 자체는 굉장히 많다. 포털 사이트에 초보자가 기르기 쉬운 식물이라고 검색하면 온갖 식물이 다 나온다. 나도 몇 번 시도해 봤다가 적지 않은 식물을 죽였다. 또, 어디에는 기르기 쉽다고 나와 있는 식물이 또 다른 글을 보면 초보자에게 까다로운 식물이라고 언급되어 있는 경우도 많다. 도대체 뭘 믿어야 할까? 정말 기르기 쉬운 식물은 없을까? 식물을 기르고 싶은 초보자라면 누구나 이런 생각을 할 거라 믿는다. 그래서 이 책에서도 추천하는 '기르기 쉬운 식물' 에 대해 나도 이야기를 해 볼까 한다. 그 식물은 바로 스킨답서스다. 스킨답서스는 내가 가장 오래 기른 식물이었다. 처음에는 어항에 넣을 용도로 하나를 샀는데, 점점 커지고 증식해서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자란 적이 있었다. 문제는 커지고 나니까 오히려 관리하기가 더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보통 식물이 대품이 되면 관리하기가 쉬워진다는데, 나는 아무런 지식과 경험이 쌓이지 않은 채로 스킨답서스가 혼자 무럭무럭 자라서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된 처지였다. 하여튼 스킨답서스는 정말 잘 자란다. 볕이 잘 들지 않아도 잘 자라고, 물에 꽂으면 말도 안 되게 잘 자라고, 비료를 안 줬는데도 잘 자란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난이도가 낮은 식물을 기름으로써 식물 기르는 일에 재미를 붙이고 싶은 사람에게는 스킨답서스를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다.

 

 2권에서는 흙을 직접 만드는 법, 비료의 종류와 장단점, 물 주는 법, 분갈이 할 때의 구체적인 팁 등 식물을 제대로 기르고 싶은데 아직 아는 게 별로 없는 나 같은 사람들에게는 유용한 정보가 많았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비료라고 하면 별로 좋지 않은 인상을 받고는 했는데, 식물을 잘 기르는 데는 비료가 가장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알고 놀랐다. 비료를 잘 주면 식물이 거의 사람이 약물로 도핑하듯 성장한다는 모양이다. 그리고 식물들은 빗물을 좋아한다고 한다. 이 사실도 꽤 놀라웠는데 나한테 비는 산성비, 화학물질 같은 이미지였기 때문이다. 세상에 불확실한 인상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되는 일이 참 많다. 식물을 들이면 비료를 사고 빗물을 받아서 줘야지.

 

 <크레이지 가드너> 1권에서 게발선인장 이야기가 나와서 나도 게발선인장을 기르고 싶다는 생각이 더 강해졌는데, 지나가듯 이야기를 했더니 누가 새끼 게발선인장을 나눠 주겠다고 해서 올해도 결국 다시 화분을 들일 것 같다. 작년에 죽인 오렌지자스민에게 문득 미안해진다. 이번에는 제발 잘 기를 수 있었으면 좋겠다! <크레이지 가드너> 2권을 보면서 배를 잡고 웃은 장면이 몇 장면 있는데, 여기 찍어 올리기에는 너무 아까워서 이 책을 읽을 사람이 나중에 느낄 즐거움으로 아껴 둔다. 

 

 

 

Posted by 김미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