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심용희, <펫로스 - 사랑한다 사랑한다>

김미류 2020. 5. 28. 00:19

 

 많은 동물의 시계가 인간의 시계보다 빠르게 움직인다. 동물과 함께 사는 인간들은 보통 동물을 먼저 떠나보내게 된다. 이별의 이유가 병이나 사고가 아니라고 해서 슬프지 않을 리는 없다. 동물 기준에서는 천수를 누리고 가는 것이나 다름없다 한들 남겨진 사람은 이별의 아픔을 끌어안고 살아가게 된다. 펫로스 증후군이란 반려동물의 죽음으로 인해 겪는 큰 상실감이나 우울감, 슬픔 등을 말한다. 한국에서는 아직 펫로스 증후군의 심각성이 과소평가를 받는 경향이 있다. 그게 동물의 생명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사람들이 많은 것과 비슷한 맥락의 정서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여튼 반려동물에게 (보는 사람의 일방적인 기준에서)'필요 이상'으로 신경을 쓰는 사람들을 조금 이상한 사람으로 보는 시선이 팽배한 건 사실이다. 그런 상황에서 반려동물을 잃은 슬픔을 존중받기란 어려운 일이다. <펫로스 사랑한다 사랑한다>의 저자는 본인 또한 여러 동물을 반려하고 있는 수의사다. 이 책은 반려동물을 잃은 사람들이, 나이 든 반려동물과의 이별을 천천히 준비하는 사람들이 스스로의 슬픔을 받아들이고 지난 시간들을 추억으로 간직할 수 있도록 도와 주는 책이다.

 

 지금까지 살면서 몇 번인가 동물과 함께였던 적이 있었다. 어렸을 때 학교 앞에서 팔던 병아리나 친구에게서 입양한 어린 햄스터, 달팽이, 열대어에 대한 기억들이 아직도 생생하다. 수명을 전부 다 채우고 건강하게 살다 간 동물들도 있었고 병으로 일찍 죽은 동물들도 있었다. 함께 산 기간이 얼마나 되었든, 종의 특성상 신체적 접촉이 많았든 거의 없었든 모든 죽음은 갑작스러웠고 모든 이별은 마음 아팠다. 세 달을 함께 살았으면 덜 슬프고 십 년을 함께 살았으면 더 슬플까? 사람의 마음이란 건 그렇게 계량할 수가 없다. 정해진 수명 때문에 동물이 더 살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도 마음의 준비를 하는 일이 그리 쉽지는 않았다. 최선을 다했다는 사실을 머리로는 알더라도 마음이 납득하는 건 또 다른 문제였다. 모든 동물 반려인들이 비슷한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살아 있을 때 더 함께해 주지 못한 미안함과 자신이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더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었으리라는 죄책감, 이별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데서 오는 분노. 저자는 그런 감정들이 당연한 것이라고 말한다. "각 감정들에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고 그 감정을 돌아보는 과정을 통해서야 비로소 감정의 치유가 시작됩니다." 라는 문장에서도 저자의 생각을 알 수 있다.

 

 이 책에는 나이 든 동물과 함께 살면서 염두에 두어야 할 점, 펫로스를 겪고 극복한 사람들의 실제 사례, 자신의 펫로스 증후군이 얼마나 심각한 정도인지 대략적으로 알아볼 수 있는 자가진단 테스트와 같은 유용한 내용들이 실려 있다. 동물을 잃은 후유증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들도 몇 가지 소개되어 있었는데, 비슷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한다. 아무래도 반려동물과 살아 본 적이 있는 사람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기가 더 쉬운 편이기 때문인 것 같다. 다만 이 책의 거의 모든 이야기와 사례는 개나 고양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이 조금 아쉽다. 소동물이나 특수동물과 함께 사는 사람이라면 이 책의 내용이 조금 부족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물론 이 책이 하고자 하는 말은 모든 반려인들에게 위안이 되어 주리라 생각된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가장 큰 위로로 다가온 문장은 다음과 같다. "이별의 순간이 지나갔다 하더라도 당신과 반려동물의 관계는 종료된 것이 아닙니다. 둘이 나눴던 시간과 감정을 통해 영원히 연결될 것입니다." 분명, 어떤 관계들은 죽음으로도 끝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