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구선아, <때론 대충 살고 가끔은 완벽하게 살아>
우리는 책방을 운영하고 싶다는 사람들이 참 많은 시대를 살고 있다. 책을 좋아해서 책방지기가 되고 싶다는 사람도 있고, 책방이라는 공간이 좋아서 책방을 꾸려 보고 싶다는 사람도 있다. 책방이 멋있고 '힙한' 공간처럼 보여서 책방에 있고 싶다는 사람도 적지 않다. 하여튼 책방지기가 꽤 많은 이들의 동경을 받는 일인 건 사실인 것 같다. 실제로 독립책방을 운영한다는 사람들의 블로그나 sns를 보면, 책방을 운영하다 보면 손님이 부럽다는 말을 하고 가는 일이 적지 않다고 한다. 그저 편하고 느긋하게 책과 공간을 즐기면 되는 거라고 쉽게 생각하는 손님들도 있는 모양이다. <때론 대충 살고 가끔은 완벽하게 살아>는 작가이자 책방지기인 저자의 이야기다. 매일같이 글을 쓰고 책을 읽고 사람들을 만나는 게 저자의 생활이라고 생각해 보면 과연 조금쯤은 부럽기도 하다. 물론 책을 읽어 보면 당연히 저자의 삶이, 책방지기의 삶이 그리 편안하고 즐겁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책방에 편안하게 앉아 있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에게도 자신만의 싸움이 있는 법이다.
그래도 일단 저자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이다. 마냥 쉽지만은 않은 날도 힘든 날도 있지만 매일매일을 성실하게 꾸려 나간다. 이루고 싶은 꿈을 꾸고, 스스로를 위한 루틴을 만들고 불행할 것 같은 날이면 복숭아를 산다. 저자가 인용한 신미경, <뿌리가 튼튼한 사람이 되고 싶어>의 "나를 둘러싸고 있는 집은 적당히 아늑했고, 곁에는 숙면을 돕는 캐모마일 티 한 잔이 있다. 내일 출근 준비는 모두 마쳤고, 아침 식사도 바로 먹을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해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 깊은 밤, 조용한 휴식을 방해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라는 문장처럼. 이 책에 실린 글들은 덤덤한 일기 같은 글임에도 읽는 사람의 마음을 단단하게 만들어 주는 힘이 있다. 이런저런 일에 맞서면서도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저자의 모습이 드러나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글 하나마다 다른 책의 문장들을 조금씩 인용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문장은 윤이형의 <작은마음동호회>에 실린 다음과 같은 문장이다. "약속해, 어떤 가정법도 사용하지 않기로. 그때 무언가를 했더라면, 혹은 하지 않았더라면, 그런 말들로 우리 스스로를 괴롭히지 않기로 해. 가정법은 감옥이야. 그걸로는 어디에도 닿을 수가 없어." 수많은 사람들이 뭔가를 했더라면, 하지 않았더라면, 그런 생각들로 스스로를 괴롭힌다. 나도 그렇고, 이 문장을 인용한 저자도 언젠가는 그랬을 것이다. 이 문장을 쓴 윤이형 작가도 그랬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스스로를 지키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지난 시간에 너무 얽매여서는 안 되지 않을까. 저자는 "기적은 신이 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당신이, 우리가 만들어 가는 것이었다. 저만의 시간 안에서 차곡차곡 쌓아 기적을 만들어 간다."라고 말한다. 살다 보면 오늘의 무게가 너무 무거워서 도저히 내일까지 가기 힘들 것만 같은 날들이 있다. 그럴 때 이 책이 위안이 되어 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힘들면 대충 살자. 대충 살다가 오늘을 열심히 꾸릴 수 있을 것 같은 날이 오면 그런 날 완벽하게 살자. 그것만으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