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여성환경연대, <이렇게 하루하루 살다보면 세상도 바뀌겠지>
작년에 여성환경연대의 <원하는 모습으로 살고 있나요?>를 읽은 적이 있다.
<원하는 모습으로 살고 있나요?> 리뷰 https://lil4cblossom.tistory.com/11?category=718027
[서평] 여성환경연대, <원하는 모습으로 살고 있나요?>
스타벅스는 도대체 왜 플라스틱 빨대를 없앤 걸까. 휴지심으로 음료를 빨아먹는 기분이다. 얼마 전까지 내가 달고 살았던 말이다. 종이 빨대는 눅눅한 느낌이 나고, 입에 닿을 때의 질감도 마음에 안 들고, 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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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환경연대라는 단체에 대해 알게 된 것도 이 책 때문이었고, 이 책을 읽으면서 개인적으로 느낀 점이 많았다. 그래서 여성환경연대의 신간 서평단 모집 글을 보고 바로 신청했다. 운이 좋게 책을 받을 수 있었다. <이렇게 하루하루 살다보면 세상도 바뀌겠지>에는 <2030 에코페미니스트 다이어리>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그래서 저자들의 이야기 뒤에는 스스로에 대해, 에코페미니즘에 대해 성찰할 수 있는 질문들을 모아 놓은 파트가 있다. 자신이 생각하는 답을 곱씹어 보며 자신에 대한, 그리고 에코페미니즘에 대한 사유를 확장시킬 수 있을 만한 좋은 질문들이다. 본문의 내용은 여덟 명의 저자들이 각각 쓴 여덟 파트로 나뉘어 있다. 각각의 주제들은 몸 다양성, 장애, 퀴어, 번아웃, 자존감, 기본소득, 동물권, 돌봄. 이 단어들을 통해 저자들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환경과 사회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를 대략적으로 추측해 볼 만 하다.
가장 인상적인 소제목은 단연 '번아웃' 파트의 '생태적으로 살고 싶지만 배달 떡볶이는 먹고 싶어'였다. 나도 배달 떡볶이를 매우 좋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배달 떡볶이를 먹고 나면 나오는 많은 쓰레기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굳이 배달 떡볶이에 국한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배달 음식은 물론이고 완제품으로 되어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레토르트 식품이나 도시락 등에서 나오는 쓰레기가 너무 많다. 쓰레기도 줄이고 건강도 생각하려면 좋은 식재료를 사다가 직접 요리를 해 먹어야 하는데, 그게 그렇게 쉽지가 않다. 그 사실을 담담하게 인정하는 저자의 태도가 좋았다. "내 일상이 때때로 쓰레기를 만들어내는 삶 자체라는 현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리고 "이 음식은 밥이 아니라 허기를 때우는 끼니라는 사실도 안다. 그러나 나는 지금, 그런 음식을 소비해야만 한다."라는 문장. 저자는 불안한 삶, 플라스틱을 강요받는 삶, 제대로 된 식사를 챙겨 먹을 수 없는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물론 우리가 그런 삶을 살고 있으니까 환경을 위해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건 아니다. 머리로는 이상을 알면서도 언제나 완벽한 선택만을 할 수 없는 우리를 이해해 주자는 뜻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에코페미니즘은 서로 다른 존재들이 연결되는 것의 가치를 중요시한다. 각자 다른 존재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와 관계를 맺으면서 유기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면 우리를 둘러싼 많은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고민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에코페미니스트들은 사회에서 '아름답지 않은' 것으로 여겨지는 몸을 가진 사람들, 장애를 가진 사람, 퀴어, 사회의 주변부로 밀려난 사람들, 동물 등 많은 소수자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는다. 이 책의 '동물권' 파트에서는 비거니즘에 대해 이야기한다. 채식주의자들은 스스로의 신념, 가치관에 따라 채식주의자로 살아가기로 결심한다(물론 질병이나 체질적 이유로 채식주의자가 되는 사람들도 있다). 그리고 그 신념과 가치관은 외부로부터 너무 쉽게 조롱받고 시험에 들게 된다. 나는 채식주의를 지향하는 누군가의 삶을 내가 함부로 판단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채식주의자의 삶을 재단한다. 어쩌다 한 번 불가피하게 논비건 음식을 먹었다고 해서 너는 비건이 아니라고 비난하기도 한다. "동물이 불쌍해서 채식을 한다고? 식물은 안 불쌍해?"같은 말은 채식주의자들에게 쏟아지는 단골 질문이다. 다른 생명체에 대한 존중을 실천하려는 태도에서 그렇게 큰 적대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기이하게 느껴진다.
본문 뒤의 52가지 질문들은 하나같이 생각할 거리를 던져 준다. '나는 페미니스트일까?'와 같은 기본적인 질문들은 물론이고, '돈 쓰지 않고도 행복해지는 일을 찾아볼까?', ' 하루에 한 번 내 몸과 마음을 온전히 돌보는 시간을 가질까?'와 같이 스스로를 지키고 돌보는 법에 관한 질문들도 있다. 스스로를 돌보는 게 페미니즘과 무슨 관련이 있을까, 싶을 수도 있지만 여성이 스스로를 돌보는 행위가 페미니즘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돌봄' 파트에서 갈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그 외에도 에코페미니즘을 실천하기 위한 크고 작은 질문들이 있으니 시간을 두고 천천히 생각하며 빈 칸에 자신의 이야기를 써내려갈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책을 다 읽고 나서야 뒤늦게 책 제목을 돌아보게 된다. <이렇게 하루하루 살다보면 세상도 바뀌겠지>라니. 내가 바뀐다고 세상이 바뀌지는 않겠지만 내가 바뀌려고 노력한다면 적어도 나는 바뀐다. 그리고 그 수많은 '나'들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지 누가 알겠는가. 오늘도 세상을 바꾸기 위해 열심히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존경과 응원을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