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주면 쓰는 리뷰 : 용과 같이 7 빛과 어둠의 행방
<용과 같이 7 : 빛과 어둠의 행방>을 사 준 사람 : j***님
작년 말에 용과 같이 7 시작해서 플레작을 마쳤다. 이하는 용같7로 쓰겠다. 용같7을 하게 된 건 친구가 단톡방에 "용같7 사주면 함?"이라는 말을 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오랜만에 사 주면 쓰는 리뷰를 쓸 때가 되었군 싶은 마음에 승낙했다. 나는 ps4로 플레이했고, 3만원은 크리스마스? 연말? 세일 가격이었다. 사실 처음 게임을 샀을 때는 "아싸 공짜게임 ㅋㅋ"라는 생각을 했을 뿐 용과 같이 시리즈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었다. 친구들 중 몇 명이 이 시리즈를 재미있게 플레이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평소에 전혀 눈여겨보지 않았던 탓에 내가 아는 건 키류, 마지마, 이치반, 뭐 그런 사람 이름들과 그들이 야쿠자라는 것 뿐이었다. 시리즈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어도 이 게임을 플레이하는 데는 큰 지장이 없다. (물론 전작부터 플레이한 사람들만이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이나 감동은 있을 것이다) 혹시나 이 게임을 아직 플레이하지 않은 누군가가 이 글을 읽게 될지도 모르니 스토리의 핵심적인 부분은 가능한 한 쓰지 않을 생각이다. 하지만 아주 작은 스포일러조차 피하고 싶은 분은 뒤로가기를 눌러 주세요.
그러면 용같7의 좋았던 점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우선 용같7은 턴제 전투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다. 그 점에서 세가의 자회사인 아틀라스에서 만든 페르소나 시리즈와 비교되기도 한다. 나도 개인적으로 용같7을 야쿠자 페르소나라고 해도 크게 틀린 표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전투 시스템뿐 아니라 '인간력'으로 대표되는 능력치 올리기, 소소한 서브 퀘스트의 양상이 꽤 비슷한 편이다. 하여튼 이 턴제 전투 시스템을 처음 도입한다고 했을 때는 말이 많았다고 한다. 결과적으로는 대성공 아닌가? 용같7을 깨고 나서 용같 극을 살짝 해 봤는데 액션게임을 넘어 거의 격투게임 같은 전투 시스템이 꽤 어려웠다. 물론 내가 게임을 못 해서 그런 건지도 모르지만... 하여튼 이 턴제 전투는 용같7의 진입장벽을 크게 낮췄다. 그래서 난이도 조절이 크게 필요 없다. 용같7의 턴제 전투가 재미있었다면 페르소나 시리즈도 해 보면 좋다.
그리고 용같7은 그저 맵을 걸어다니는 것만으로 즐겁다. 일단 맵을 현장감 있게 잘 만들었고, 현실적인 요소들을 잘 살렸다. 맵 곳곳에 있는 자판기를 예로 들어 보자. 빨간 자판기와 파란 자판기가 나란히 서 있다. 빨간 자판기와 파란 자판기의 내용물은 겉으로 보기에 다르다. 그렇다면 실제로 자판기와 상호작용을 했을 때도 그 내용물이 다를까? 정답은 '그렇다' 이다. 자판기의 내용물뿐 아니라 동네에 따라 편의점에서 파는 물건들도 조금씩 다르다. 퀘스트 때문에 특정 음료수를 사야 해서 급하게 가까운 편의점에 들렀는데, 그 편의점에서는 팔고 있지 않아 다른 동네의 편의점에 가야 하는 일이 빈번하다. 물론 현실이라면 내가 찾는 물건이 가까운 편의점에 없을 때 화가 날 수도 있겠지만 어차피 게임이니까 그냥 스마트폰 열어서 콜택시 부르고 딴 데 가면 그만이다. 맵을 돌아다니는 자동차들은 교통 신호를 준수하여 움직인다. 빨간 불에 길을 건너는 건 플레이어의 자유이지만 빨간 불에 길을 건너면 차에 치일 수도 있다. 차도에서 전투를 하면 자동차들이 경적을 울려 대기도 한다. 자판기 밑을 뒤지다 보면 동전을 찾을 수도 있다. 그런 소소한 디테일이 재미있다. 맵 중에서는 코리아타운도 있는데, 코리아타운의 간판들은 전부 한글로 되어 있고 코리아타운에서는 한국어로 시비를 거는 적들이 나오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스토리가 좋다. 하지만 메인 스토리 이야기를 하려면 큰 스포일러를 피할 수 없기 때문에 하지 않을 생각이다. 딱 한 마디만... 오타쿠를 가슴 벅차게 하는 딱 한 마디만 할까 생각하다가 가까스로 참았다. 서브 스토리들도 아주 발랄하다. 더 이상 고통을 느끼지 못하게 되어 자신을 만족시켜 줄(?)고통을 찾아 헤매는 마조 아저씨 이야기, 무료 급식 봉사를 하는 여성을 짝사랑하며 더 나은 사람이 되려 노력하는 노숙자 이야기, 아픈 동생의 병원비를 위해 모금을 하는 어린 소녀 이야기 등등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고 이치반과 플레이어는 그들에게 도움을 주며 요코하마 이진쵸의 용사로 살아간다. 깨다 보면 정말 경악을 금치 못할 만한 퀘스트들도 있지만 평범하게 훈훈한 퀘스트들도 많다. 그리고 대체로 재미있다.
그렇다면 용같7은 불세출의 갓겜인가? 결점이 하나도 없는 완벽한 게임인가? 당연히 그렇지는 않다. 하지만 아쉬운 점을 구구절절 늘어놓을 정도는 아니고 그럴 필요도 없는 것 같다. 기본적으로 주인공인 이치반은 야쿠자다. 물론 작중의 이치반은 약한 사람을 괴롭힌다거나 누군가에게서 돈을 빼앗는다거나 죄 없는 사람을 때리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치반이 속한 뒷세계에서는 약탈이나 살인과 같은 범죄들이 아주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그런 요소에 아예 내성이 없는 사람이나 청소년들에게 권할 만한 게임은 아니다. 방금 찾아 보고 오니 청소년 이용불가 게임이네. 이치반이 태어난 도원향은 소프랜드고, 작중에서도 소프랜드 및 기타 업소들에 대한 언급이 꽤 잦은 편이다. 주인공 일행 중 하나인 아다치가 '딜리버리 헬프'를 '출장 여성'으로 착각하는 에피소드도 있다. (실제로 딜리버리 헬프는 전투 중 주인공 일행에게 도움을 주는 NPC를 부르는 시스템이다) 기본적으로 용같7은 아주 이상한 게임이다. 바로 위의 마조 아저씨 캡쳐만 봐도 어느 정도는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보통 이상한 게임들은 뭘 잘못 만들어서, 아니면 못 만들어서 이상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용같7은 이상한 걸 아주 정성스럽게 고퀄리티로 만들어서 이상한 게임이다. 아저씨들이 입은 기저귀의 질감 같은 걸 보면 그 현실감에 소름이 끼칠 정도다.
메인 스토리 외에도 서브 스토리, 회사 경영, 드래곤 카트, 야쿠몬 도감(대놓고 포켓몬을 패러디한 것 같다), 알바 히어로, 히로인 공략 등 컨텐츠가 상당히 많다. 그래서 긴 시간 여유롭게 즐기려면 할 수 있는 게 꽤 많다. 개인적으로는 연애 요소가 적은 게 좀 아쉬웠다. 사실상의 메인 히로인인 사에코 외에도 함께 회사를 경영하는 에리, 장비 제작을 해 주는 낭만 공작소의 스미레, 아지트인 서바이버의 점원인 이로하, 직업을 바꾸도록 도와주는 리리카, 자격증 학원의 미야코시까지 총 여섯 명의 히로인이 있다. 나는 당연히 모든 히로인 호감도를 다 올렸다. 왕년에 좀 놀았다는 쾌활한 말투와 목소리의 스미레가 너무 좋아서 더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고 싶었는데, 스미레는 호감도 이벤트가 끝나니까 싸늘하게 한 명의 NPC로 돌아가 장비 제작과 강화만을 해 줄 뿐이었다.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처럼 CG가 남는 것도 아니니 그저 한없이 과거의 추억을 회상할 수밖에...
플레작까지 총 플레이타임은 70시간 좀 넘게 걸린 것 같다. 아깝지 않은 70시간이었다. 나중에 DLC 사서 한 번 더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