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김영숙, <읽기만 하면 내 것이 되는 1페이지 미술 365>
학생 시절부터 미술 교과서나 미술 분야의 책을 보는 걸 좋아했다. 미술사를 본격적으로 공부한 것도 아니고 아는 그림이나 화가가 그리 많지도 않았지만, 이런저런 그림들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웠기 때문이다. 그림들을 보다 보면 이유 없이 좋은 그림도 있고, 기괴하다는 느낌이 들거나 이상한 그림도 있고, 그림을 그린 사람의 생각이나 사고방식이 궁금해지는 그림도 있다. <읽기만 하면 내 것이 되는 1페이지 미술 365>는 단순히 그림을 구경하는 데서 한 발짝 나아가 미술 지식을 쌓을 수 있도록 도와 주는 책이다. 책에는 365점의 그림, 그리고 각 그림 자체나 그림을 그린 화가, 그림에 사용된 기법, 그림이 그려진 시대의 역사에 대한 설명이 실려 있다. 다양한 내용을 다루고 있으면서도 각각의 내용에 대해 아주 깊이 들어가지는 않기 때문에 미술 교양 입문서로 읽기 좋다. 아무래도 실린 내용이 많다 보니 하루만에 읽고 넘어갈 수 있는 책은 아니다. 그래서인지 책 맨 앞 장에는 이 책을 하루에 한 장씩 읽고 체크할 수 있도록 체크페이지가 붙어 있다.
책을 읽으며 알게 된 새로운 사실들이 많은데, 전부 다 적을 수는 없으니 몇 가지만 짤막하게 언급해 볼까 한다. 먼저 누드화에 대한 이야기다. 교과서에서 볼 수 있는 유명한 작품들 중에서도 여성의 누드를 그린 작품들이 적지 않다. 저자에 따르면 프랑스에서는 루이 14세의 서거 이후 귀족들의 힘이 강해지면서 관능적이고 향락적인 미술이 발달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여성의 누드화가 그 관능적이고 향락적인 미술의 예시라 할 수 있다. 여성의 누드화를 그리는 사람들이 주로 다룬 소재 중 하나가 바로 신화다. 신화 속의 한 장면이나 여신의 모습을 그린다는 명목 하에서 여성의 누드를 마음껏(?)그릴 수 있었던 것이다. 소비하는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름답고 때로는 신성하다는 느낌까지 주던 그림들에 그런 뒷배경이 있다는 걸 알고 나니 사람 사는 건 다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구나 당시의 감상자들은 누드 속 여성이 감상자에게, 즉 화면 밖으로 시선을 던지는 그림들을 선호하지 않았다는 사실까지 알고 나면 더 그렇다. 내가 첨부한 그림은 그런 감상자들을 불편하게 만들었던 그림들 중 하나인 티치아노의 <우르비노의 아프로디테>다. 그림들을 하나하나 찍어 올릴 수는 없고 이 책이 어떤 식으로 구성되어 있는지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만 사진을 찍으려고 노력했다.
학교에 다니던 시절에 배웠던 화가들은 대부분이 남성이었다. 카미유 클로델이나 프리다 칼로 정도가 예외였을 뿐이다. 물론 내가 배운 미술 지식들은 아주 기초적인 겉 핥기 수준이었기 때문에 더 그랬겠지만, 좋은 작품을 남긴 여성 화가들은 없을까? 하는 마음에 내심 아쉽기도 했었다. 이 책에서는 여성 화가들에 대해서도 꽤 많이 다루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카미유 클로델과 프리다 칼로는 당연히 빠지지 않는다. 그 밖에도 프랑스 왕립미술아카데미의 회원이었으며 마리 앙투아네트의 초상화를 30점 정도나 그렸다는 비제 르브룅의 생애, 여성 최초로 이탈리아 미술아카데미의 회원이 된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와 그의 작품 <유디트>에 대한 이야기, 아버지인 야코포 로부스티의 그림을 대부분 대신 그려 주었다는 의혹이 있는 마리에타 로부스티에 대한 이야기를 읽다 보면 당시 여성 화가들의 삶을 조금이나마 짐작해 볼 수 있다. 영국 왕립미술아카데미의 창립 회원이었던 앙겔리카 카우프만 역시 언급된다. 읽다 보면 느끼겠지만 어지간한 여성 화가들은 대체로 큰 미술아카데미의 회원이다. 당시에도 그 정도로 이름을 날린 여성 화가들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자신의 이야기를 전할 수 있는 건가 생각해 보면 조금 씁쓸해지기도 한다.
<읽기만 하면 내 것이 되는 1페이지 미술 365>에는 우리가 아주 잘 알고 있는 유명한 화가나 작품들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 역시 소개되어 있다. 나는 <모나리자>가 한 점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고 놀랐다. 책에 따르면 스페인의 프라도 미술관에는 루브르의 모나리자와 거의 비슷한 또 한 점의 모나리자가 있다고 한다. 전문가들이 분석하고 추측하기로는 다빈치의 제자들 중 하나가 그린 그림 같다는 모양이다. 프라도의 모나리자는 다빈치가 루브르에 있는 모나리자를 그릴 때 진행한 과정과 동일한 과정을 밟아 그려진 그림이다. 이 모나리자는 루브르의 모나리자와 달리 배경까지 제대로 완성되어 있다. 이렇게 유명한 작품들이 그려질 때의 사회적 배경, 화가의 사생활, 잘 알려진 작품의 모델에 대한 이야기들은 그리 어렵지 않으면서도 읽는 사람이 지적 교양을 착실히 쌓을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미술은 모르면 안 보이는, 그러나 알면 알수록 그만큼 더 좋아지는 매력적인 신세계'라는 저자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확실히 그렇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이전에는 별 생각 없이 지나쳤던 그림들이 다르게 보일 것이다. 그 그림 한 점에 담겨 있을 누군가의 삶이나 사고방식, 더 나아가서는 누군가의 세계에 대해 무시하고 지나가기 어려워질 테니 말이다. 하루에 한 장씩 부담 없이 읽어도 좋고, 기분이 내키는 날 후루룩 읽어 내려가도 좋을 책이다. 나처럼 즐겁게 미술 교양을 쌓고 싶은 사람들에게 <읽기만 하면 내 것이 되는 1페이지 미술 365>가 아주 좋은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라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