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전홍진, <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책>

김미류 2020. 8. 5. 12:22

 

 예전부터 내가 예민한 편이라고 생각했었다. 좋은 의미로도 그렇고, 물론 나쁜 의미로도 그렇다. 다른 사람의 반응을 지나치게 신경 쓰는 바람에 누군가와 대화를 할 때면 그 사람의 표정이나 말투, 목소리의 높낮이를 살폈다. 내가 그 사람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는 않았는지, 그 사람이 나를 싫어하지는 않는지가 항상 걸렸다. 물론 상대방의 표정이 좋지 않거나 목소리에 힘이 없는 건 나와 대화하면서 불편한 점이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어제 잠을 제대로 못 잤거나, 체했거나, 집에 좋지 않은 일이 있거나, 큰 고민이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 사실을 깨닫고 나서 나는 예전처럼 상대방의 눈치를 샅샅이 살피지는 않게 되었다. <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책>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인 저자가 제목처럼 예민한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먼저 예민한 사람들의 보편적인 특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다음으로는 예민한 기질을 가진 유명인들과 수많은 일반인의 사례를 소개하고, 예민한 기질을 긍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설명한다.

 

 사례들을 읽어 보니 나 자신에게 해당되거나 주변에서 본 것 같은 이야기들이 많았다. 겉보기에는 화려하지만 공허한 내면을 가지고 자해를 하는 사람이라거나, SNS에 집착하고 다른 사람들의 관심을 받아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 층간소음에 너무나 민감해서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 건강 염려증이 심한 사람……. 비행 공포증이 있는 사람도 있고, 강박장애가 있는 사람도 있다.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있으면 몸 상태가 좋지 않아지는 사람도 있다. 책에는 그 밖에도 다양한 문제점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사례와 사례에 적합한 조언들이 실려 있다. 개인적으로는 저자가 우울증 때문에 직장을 그만두고 싶다는 사람에게 직장을 먼저 그만두기보다 직장 생활을 하며 치료를 병행하려는 시도를 해 보라는 조언을 한 부분이 인상깊었다. 물론 우울증을 앓는 상태로 직장 생활을 하는 게 쉬운 건 아니지만,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상황이 아니라면 직장을 바로 그만두었다가 좋지 않은 상황이 될 수 있다. 고정적인 수입과 소속이 없다는 압박감이 우울증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휴직을 하거나 직장 생활 중에 치료를 받으려는 시도를 해 본 뒤, 직장을 그만두는 게 가장 좋은 선택이라는 결론이 나면 그 때 직장을 그만두어도 늦지 않다. 저자의 조언이 현실적이라서 좋았다. 

 

 저런 사례들을 보면 예민한 기질이 나쁜 게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예민한 사람들은 잠도 잘 못 자고, 긴장도 많이 하고, 우울하기도 하고, 하여튼 이런저런 곤란한 일들을 겪는 게 아닌가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뒤집어 생각해 보면 일을 완벽하게 처리하지 못해 조바심을 내는 사람은 일을 완벽하게 처리하려는 노력을 한다는 뜻이다. 사소한 것 하나라도 거슬려하는 사람은 꼼꼼한 사람일 수 있다. 책의 후반부에서는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자기관리 방법, 예민성을 관리하여 에너지를 유지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예를 들면 자연스러운 표정과 말투를 만드는 방법, 쉴 때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완전히 쉬는 방법, 수면을 컨트롤하는 방법 등이다. 나는 쉬고 있을 때도 완전히 쉬지 못하고 스트레스를 받는 타입인데, 책에서 소개한 긴장 이완 훈련이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그 밖에도 자는 시간보다 깨는 시간에 집중해서 수면 시간을 조절하라는 것도 유효한 조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책>은 전문가가 쓴 책이기 때문에 다양한 통계, 의학적 근거를 이용해 내용을 뒷받침한다. 그 점에서 좀 더 신뢰가 가고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사례를 많이 다루었고 쉽고 간단한 조언들이 대부분이라 어렵지 않은 마음으로 읽을 수 있다. 예민성과 주요 우울증상을 자가 진단할 수 있는 테스트지가 실려 있어 스스로의 상태를 간단히 알아볼 수 있다. 물론 자가 진단은 자가 진단일 뿐이므로 우울증이라는 생각이 들면 지체 말고 병원에 가는 게 좋다. 요즘은 신경정신과 진료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많이 옅어졌고, 우울증이나 공황장애 등 정신적 질환을 아예 앓고 있지 않은 사람 쪽이 더 드물 정도다. 예민한 기질이나 우울증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일단 이 책을 읽어 보는 것도 좋다. 공감 가는 내용이 많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