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박균호, <이토록 재미난 집콕 독서>
책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은 기본적으로 재미있다. 말장난 같지만, 책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을 읽을 만한 사람이라면, 보통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책에 대한 책을 재미있다고 느끼는 건지도 모르겠다. <이토록 재미난 집콕 독서>는 책에 대한 책이다. 저자는 자신의 일상과 잡학을 자연스럽게 책에 엮을 줄 아는 사람이다. 이 책에는 스물여섯 편의 이야기가 각각 다른 책과 엮여 소개된다. 사람들은 온갖 것들을 소재나 주제로 삼아 책을 쓴다. 이 책에 소개된 책들만 해도 맥주, 연필, 제사, 빵, 부적, 보자기, 잡초, 곤충이나 늑대, 심지어 영국 집사까지 다양한 것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나는 잡다한 지식을 쌓는 걸 꽤 좋아하는 편이다. 누군가는 그런 지식들이 '먹고 사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며 평가절하하지만, 우리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물건들부터 얼핏 보기에 나와는 별 상관이 없어 보이는 개념들에 대해 읽고 생각하는 게 얼마나 재미있는지 모른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하여튼 나 같은 사람들에게는 이런 책만큼 재미있는 책이 없다. 시간도 잘 가고 읽는 맛도 있는데 인문학적 소양까지 쌓을 수 있으니까.
도스토옙스키는 가족을 사랑하는 책임감 있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임신한 아내가 아이를 낳을 때 산파를 찾아가지 못할까 봐 집에서 산파의 집까지 찾아가는 길을 매일매일 연습 삼아 왕복했다는 일화가 책에 실려 있다. 도박 중독으로 고생을 하긴 했지만 죽은 형의 빚을 대신 갚아 주며 형의 가족들까지 책임졌다. 저자는 도스토옙스키의 생애와 철학에 대해 소개한 책 <매핑 도스토옙스키>를 소개하며 이런 이야기들을 늘어놓는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매핑 도스토옙스키>라는 책까지 읽어 보고 싶어진다. <주석 달린 셜록 홈즈>를 소개하면서 하는 이야기도 흥미롭다. 셜록 홈즈 시리즈에는 당시 영국의 사회 모습, 풍습, 경제, 법률 등이 아주 사실적으로 드러나 있다는 것이다. 셜록 홈즈 시리즈를 다 읽긴 했지만 홈즈가 당시 영국에서 이루어졌던 신속한 우편 배달 서비스의 수혜자라는 사실은 몰랐다. 셜록 홈즈 시리즈를 다시 한 번 읽으면서 숨은 그림 찾듯 당시 사회를 세밀하게 보여 주는 부분들을 짚어 보는 것도 재미있어 보인다.
<이토록 재미난 집콕 독서>에서 다루는 흥미로운 내용들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딱 하나만 자세히 밝히자면, 연필은 왜 육각형일까? 그에 대한 답이 이 책에 나와 있다. 연필은 붓을 모방한 물건이었기 때문에 초창기에는 둥글었다고 한다. 하지만 연필 생산량이 늘며 생산에 손이 덜 가는 사각 형태로 바뀌었다. 거기에서 사각보다는 쓰기 편하고 원통형보다는 만들기 쉬운 팔각형 연필이 나온 것이다. 삼각형 연필은 손에 잘 맞고 잘 구르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음에도 나무를 지나치게 낭비한다는 비난을 받아서 주류가 되지 못했다고 한다. 연필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헨리 페트로스키의 <연필>이라는 책에서 읽을 수 있다. 그 밖에도 이 책에는 책의 역사와 발전, 빵의 역사와 발전, 마리 앙투아네트에 대한 오해와 사실들, 역사 속에 존재해 왔던 극한직업들에 대한 이야기, 육식에 대한 고민과 성찰 등 재미있는 이야깃거리가 가득하다.
이 책을 길잡이 삼아 다른 책들을 읽어 나갈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다. 개인적으로는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을 읽어 보고 싶어졌다. 집에서 기르는 오리는 야생 오리와 비교했을 때 날개보다 다리가 더 발달한다는 이야기가 재미있었다. 갑작스러운 위험에 마주할 일이 적고, 날 일보다는 걸을 일이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물론 <종의 기원>을 완독한다는 건 꽤 어려운 일이다. 매 해 버킷리스트를 쓸 때마다 독파하고 싶은 책들을 적어 보곤 하지만 그 중 반도 제대로 읽지 못한다. 하지만 어떤 책을 읽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그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만으로도 어제보다는 발전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이토록 재미난 집콕 독서>는 독서에 대한 동기를 부여해 주는 책이다. 그것도 재미있는 방식으로.